(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그동안 빚내서 먹여주고 입혀주고 했는데 안한다고 하니까 진짜 약이 오르는 거에요. 1000만원 정도 갖고 교도소에 가려면 '차라리 죽이는 게 깔끔하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20대 여직원에게 노출이 심한 복장으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하라고 요구하고, 직원이 이를 거절하자 살해한 40대 주식 BJ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2020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41)는 사채로 쓴 빚이 1억원이 넘고 사무실 임대료와 대출금 이자, 여동생과 부인의 암 치료비 등으로 매달 생활비 1400만~1500만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A씨는 이에 젊은 여성인 B씨(24)를 고용해 주식을 가르친 후 노출이 심한 옷을 입혀 방송을 해 돈을 벌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B씨가 이를 완강히 거부하면서 계획이 틀어지게 됐다.

그해 6월 말 A씨는 B씨를 살해한 후 극단 선택을 하기로 마음 먹고, 흉기와 밧줄 등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그러고는 6월29일 '출장을 가니 사무실로 오라'고 거짓으로 지시했다.

그날 오후 12시30분쯤 B씨가 사무실로 출근하자 A씨는 미리 책상 밑에 보관해둔 흉기를 꺼내 B씨에게 "나보다 목소리 크면 알아서 해라, 죽일 생각은 없는데 말 들어라"며 협박했다.

곧이어 B씨를 결박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3시간 정도 지나 오후 3시30분쯤 A씨는 겁에 질린 B씨에게 "내가 그 동안 너에게 먹여주고, 돈 들인거 전부 다 보내라"며 B씨의 어머니로부터 1000만원을 이체받았다. A씨는 돈을 뺏은 직후 휴대전화를 보다가 B씨를 이대로 보내 주면 경찰에 신고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살해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오후 7시쯤 A씨는 B씨에게 약물을 먹이고 저항하지 못하게 만든 후 3시간여 뒤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A씨는 범행 이틀 뒤인 7월1일 112에 신고해 '내가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자수한 후 경찰에서 자신의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

강도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측은 처음부터 살해를 계획한 것이 아니라 강도 범행을 마친 후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했으며, 범행 당시 우울장애·공황장애 약물의 부작용으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강도의 기회에 피해자를 살인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법정에서 수감생활로 인해 어린 딸을 보지 못해 안타깝고 그립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생명을 무참히 빼앗은 범행으로 인해 그 어머니는 소중한 딸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고통을 안고 평생 살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2005·2012년 특수강도죄 등으로 이미 두 차례 전과가 있는 A씨는 재범위험성도 '높음' 수준으로 평가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피해자를 이용하고 결국 그 목숨까지 빼앗았다.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의 과정에서 큰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극심한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고인의 연령·성행·가정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역 35년을 선고하고,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 20년을 명했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검사는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2심은 "사전에 계획된 범행으로 보이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지만, 피고인이 이틀만에 자수했고 이후 일관되게 반성 및 사죄의 뜻을 전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30년으로 감형하고, 전자장치 부착기간도 15년으로 줄였다.

A씨는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30년을 선고한 것이 부당하지 않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한상희 기자(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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