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친구 의붓아버지에게 성범죄를 당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충북 청주 여중생 A양은 피해를 본 직후에도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린 것으로 확인됐다.(뉴스1 8월19·22일 보도)

피의자가 의붓딸을 연결고리로 A양을 유인하려 한 정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증거자료가 나왔다.

유족이 9일 공개한 페이스북 메신저 대화 내용에 따르면 A양은 지난 1월22일 친구(피의자 의붓딸)로부터 "내일 아빠가 술 먹자고 함. 너 우리 집에서 잘 수 있으면"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한동안 답을 하지 않던 A양은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A양이 메시지를 받은 날은 성범죄를 당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A양이 친구로부터 다른 날 받은 메시지에도 "오늘 우리 집에서 잘래?"라는 제안이 담겼다.

이 메시지에 A양은 "아버지 계셔?"라고 물은 뒤 "나 외박금지. 우리 집에서만 자야지"라고 답장했다.

A양은 친구에게 집 방문 제안을 받을 때마다 두려움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A양은 다른 친구와 고민을 나누는 과정에서 메시지를 보여준 뒤 "무서워서 어떻게 감"이라고 말했다.

가지 말라는 친구 말에는 "저 정도면 기억하는 것 아니냐. 가야 해 말아야 해 물어보는 게 아니라 미친 것 아니냐고 얘기하려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A양은 이어 성범죄 피해를 본 당일 상황을 전한 뒤 "(구토까지 했는데) 다신 걔 우리 집 데려오지 마. 이게 정상 아니냐. 어떻게 날 또 데려 오라 해"라고 말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날 너무 너무 너무 무서웠던 것 너도 알잖아. 나 진짜 그거 진짜 싫어"라고 토로했다.

A양은 경찰 조사 단계부터 피의자를 향한 증오심을 감추지 않았다. 피해 진술 과정에서는 피의자를 '나쁜 아저씨'라고 지칭할 정도였다.

유족은 A양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배경에 성범죄 직후 시작된 괴롭힘이 자리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까닭에 새로 발견된 메시지는 범죄 피해 사실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족 측은 이날 청주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딸을 잃은 슬픔에 빠져 있을 틈도 없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매달렸고 직접 수사를 하기도 했다"며 "유족이 직접 억울함을 풀기 위해 수사하고 법률 개정을 요구하는 현실이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제발 수사는 수사기관이 입법은 정부와 국회의원이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유족 측은 새로 입수한 자료를 오는 13일 청주지검에 제출할 계획이다.

A양은 지난 1월17일 친한 친구의 계부에게 성범죄를 당했다. 친구로부터 홀로 밤을 보내야 한다는 사정을 전해 듣고 집으로 찾아갔다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이후 피해 사실을 알게 된 A양 부모가 피의자를 고소했으나 구속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수사는 진척이 더뎠다.

견디다 못한 A양은 결국 사건 발생 4개월 만인 5월12일 청주시 오창읍 한 아파트 옥상에 올라 친구와 함께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유서에는 '나 너무 아파 어쩔 수가 없었다. 1월에 있었던 안 좋은 일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지 않냐'고 남겼다.

현재 피의자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A양과 의붓딸에게 저지른 성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reason@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공=뉴스1. 해당글은 제휴매체의 기사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