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조사를 시작할 때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양의 마약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죠."

역대 최대 규모인 1조3천억원 상당의 밀반입 필로폰을 적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관세청 부산본부세관 조사2관 소속 이동현 주무관(40)은 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산지검은 멕시코에서 필로폰 404.23㎏을 밀반입한 마약사범 A(34)씨를 구속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필로폰 404.23㎏은 1천350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전량 압수 조치했다.

이번 밀반입 필로폰 적발 배경에는 이 주무관을 비롯한 부산세관 직원들의 발 빠른 대응과 끈질긴 집념이 있었다.

부산세관은 국내에 파견된 미국세관 직원으로부터 지난 5월 말 호주연방경찰이 한국에서 수출된 화물에서 필로폰을 적발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관련 첩보가 있어도 실제로 조사하면 별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이번에도 허탕칠 가능성이 없지 않았지만, 직원들은 곧장 수출입 실적 수십만건을 뒤지며 추적에 나섰다.

관련자들을 추려낸 뒤에는 화물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주말도 없이 한 달 이상 잠복근무를 했다.

결국 국내 인적이 드문 한 창고에서 필로폰이 숨겨진 헬리컬기어(비행기 감속장치 부품)를 찾아냈다. 은닉된 필로폰은 404.23㎏으로 작년 총 적발된 필로폰의 7배 규모였다.

수사 결과 마약사범들은 멕시코에서 필로폰을 숨긴 헬리컬기어를 수입한 뒤 한국을 경유해 호주로 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는 창고를 여러 차례 옮겨다니며 물건을 숨겼다.

이 주무관은 "해외에서나 봤는데, 국내에도 이렇게 많은 양을 숨겨서 오는 경우가 있구나 싶더라"며 "무섭지는 않았고 오히려 잡았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압수한 헬리컬기어에서 필로폰을 확보하는 과정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외국 마약 카르텔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헬리컬기어를 국내 한 공장으로 옮겨 절단한 뒤 필로폰을 빼내야 했는데 그동안 조사국 직원들은 방검조끼를 입고 가스총과 삼단봉으로 무장한 채 공장 주변을 24시간 지켰다.

이 주무관은 "혹시나 마약 조직이 연계돼 있을까봐 탈취 시도에 대비해 조사국 직원들 전체가 투입됐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마약 사범 검거에서 세운 공을 인정해 이날 이 주무관을 7급에서 6급으로 특별승진 임명했다.

정기인사와 별도로 직원 1명에 대한 특별승진 임명이 이뤄진 건 1970년 개청 이래 처음이다.

이 주무관은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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