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상당구 한 아파트서 '펑' 소리 후 화재, 주민 대피 소동

대피 못한 주민 창문 매달렸다 추락…이웃들 이불로 받아내

(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꼭 받아내 살려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어요."

고층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창문에 매달려 있다가 떨어진 20대 남성을 이웃주민 여럿이 힘을 합쳐 구해냈다.

시민 영웅. 생사가 오가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살신성인' 정신을 발휘, 소중한 인명을 구해낸 이들이다.

12일 오전 10시30분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 한 아파트. 적막이 흐르던 단지 안으로 난데없는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진원지는 12층짜리 아파트 7층이었다. 바로 위층에 사는 김민씨(22·대학생) 가족도 날벼락을 맞았다.

폭발 소리가 들린 직후 검은 연기가 창문을 타고 올라왔다.

불길한 예감에 김씨 가족 5명은 급히 집 밖으로 나와 목 놓아 외쳤다.

'불이야~'. 생명의 소리였다. 각자 집 안에 있던 이웃 주민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계단을 한 층 한 층 내려오면서 불이 난 사실 알렸다.

일순간에 주민 수십 명이 아파트 밖으로 무사히 빠져나왔다. 서로 안위를 살피고 가쁜 숨을 돌리려던 찰나 불이 난 7층 주방 쪽 창문에 남성 1명이 매달려 있었다.

집주인 A씨(24). 그는 두 손끝으로 아슬아슬하게 창틀을 붙들고 있었다. 두 발은 디딜 곳조차 없어 공중에 그대로 떠 있었다.

손쓸 방법이 달리 없던 때. 1층에 사는 일부 주민이 다시 아파트 내부로 들어가 이불을 들고나오기 시작했다.

김민씨를 비롯한 주민 4~5명은 이불을 바닥에 깔았다. 두께 2㎝, 세로 2m, 가로 1m 남짓 폼 재질 이불을 서로 맞잡아 펼쳐 들었다.

딱 10초였다. 이불을 펴자마자 힘이 빠진 탓인지 A씨가 창틀을 잡고 있던 손을 놓쳤다. 지켜보던 몇몇 주민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잠시 후 웅성대는 인파 너머에서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7층에서 떨어진 A씨가 기적과 같이 주민들이 들고 있던 이불 위로 떨어졌다. 그 덕에 지면에 직접 닿는 충격도 최소화됐다.

당시 A씨는 얼굴이 땅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김민씨는 "주민 4~5명이 함께 이불을 들고 있었던 덕인지 (A씨는) 땅으로 직접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크게 다치지 않은 모습으로 병원에 이송됐다"고 전했다.

A씨는 119구급대 이송 당시 의식이 명료하고 활력징후가 좋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주민들은 A씨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서야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불 구조'에 힘을 보탠 김씨는 "만에 하나 잘못됐으면 어쩌나 노심초사 마음 졸였다"면서 "정말 다행이다. 다치신 분이 빨리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또 다른 주민은 "사람이 떨어져 죽는다는 생각에 앞뒤 잴 것 없이 무조건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한 아파트에 사는 이웃이무사하다니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다"고 말했다.

화마(火魔)는 다른 주민에게도 피해를 줬다. 대피 과정에서 초등학생을 비롯해 주민 13명이 연기를 마셨다.

적잖은 재산피해도 불러왔다. A씨 집 내부(84㎡)와 살림살이를 모두 태웠다. 피해액만 소방서 추산 6400만원에 달한다.

불은 A씨 집 출입문에서 충전 중이던 전동킥보드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rea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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