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뉴스1) 이재상 기자 = 준결승전에서의 아쉬운 패배를 뒤로하고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이 진짜 '라스트 댄스'를 준비한다. 45년 만의 메달 획득이라는 큰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는 마지막 무대만 남아 있다. 동메달을 놓고 피할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을 펼쳐야하는 세계적인 공격수 김연경(33)과 티아나 보스코비치(24·세르비아)의 맞대결까지, 볼거리가 많은 경기가 다가온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8일 오전 9시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세르비아를 상대로 2020 도쿄 올림픽 3-4위 결정전을 치른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45년 만에 메달 획득을 노리는 한국은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한국은 세르비아와의 역대 전적에서 4승 12패로 밀린다. 조별리그에서는 세르비아를 만나 0-3으로 완패한 경험이 있다. 당시 보스코비치는 서브에이스 2개를 포함해 팀 내 최다인 11점을 올렸다.

김연경은 브라질과의 4강전 패배 이후 세르비아와의 3-4위전을 바라보며 보스코비치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김연경은 "예선에서도 봤지만, 세르비아는 보스코비치에게 50% 이상의 공격이 올라가는 팀"이라며 "예선에서는 우리 서브가 잘 들어가지 않아 좋지 않은 경기를 했다"고 돌아봤다.

두 선수는 비슷한 점이 많다.

왼손잡이 라이트 공격수인 보스코비치는 이번 대회서 159점을 올려 득점 전체 1위다. 2위는 이탈리아의 파올라 에고누(126점), 김연경이 3위(125점)다. 프로필상 신장도 보스코비치는 193㎝, 김연경은 192㎝다. 다만 김연경은 리시브도 받는 레프트고, 보스코비치는 리시브 없이 공격에만 전념하는 라이트다.세르비아는 이번 대회서 득점 '톱 20위' 이내에 보스코비치 외 이름이 없을 정도로 그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보스코비치는 미국과의 준결승전(0-3 패)에서 홀로 16점을 내며 분전했지만 다른 선수들이 모두 한 자릿수 득점에 그치며 팀은 완패했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보스코비치는 빛났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고 전했다. 미국전에서 보스코비치 다음으로 많은 점수를 낸 것은 미나 포포비치(5점)였다.

둘은 서로를 잘 알고 있다.

김연경과 보스코비치는 2018-19시즌부터 터키 엑자시바시에서 두 시즌 동안 함께 뛰었다. 지금은 적으로 만나게 됐지만 둘은 조별리그를 마치고 반갑게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는 장면도 있었다.

라바리니 감독 역시 보스코비치를 경계하고 있다.

그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오브 베스트 오브 베스트(최고 중의 최고 중의 최고 중의 최고)"란 표현을 썼다. '베스트'가 무려 4번이나 들어갔다.

라바리니 감독은 "세르비아전은 브라질과의 경기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며 "최고 중의 최고인 선수와 팀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상대가 더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라바리니 감독은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는 것"이라며 "매 순간 상대를 밀어붙이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유롭게 플레이 해야 한다. 압박을 받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상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우리 인생에서 메달을 놓고 싸울 기회가 얼마나 더 있겠느냐"며 "우리에게는 아직 한 번의 기회가 있다. 힘든 경기가 되겠지만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고 말했다.

김연경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마지막 경기가 남았다"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재상 기자(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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