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서울대병원 산부인과서 출생…첫 세대 자라서 생식 능력 입증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국내 최초 시험관 수정으로 태어난 여아가 성장해 최근 자연분만으로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

23일 구승엽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에 따르면 1985년 제왕절개수술로 태어난 시험관 쌍둥이 남매 중 5분 먼저 태어난 여아 A씨가 성인이 된 후 2019년 2월 자연분만에 성공했다.

A씨는 13세에 초경을 시작한 이후 규칙적인 생리 주기를 유지해왔으며, 별다른 부인과 질환 없이 건강하게 성장했다.

임신 후 서울대병원에서 받은 주기적인 산전 검진에서도 비정상적인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39주 2일 후 분만실에서 5분 간격의 산통을 겪은 후 3.165㎏의 여아를 자연 출산했다. 이 태아는 건강한 울음을 터뜨린 후 정상적으로 성장했다.

연구진은 이 사례를 통해 대중에게 시험관 수정으로 태어난 세대도 건강한 생식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A씨 쌍둥이 남매의 부모는 1985년 당시 결혼 4년째에 접어들었다. 모친은 그로부터 2년 전 자궁외임신으로 왼쪽 난소 및 나팔관 절제술을 받았으며 오른쪽 나팔관이 폐쇄된 상태였다.

모친은 1984년 10월 시험관아기클리닉을 찾아와 1985년 1월까지 불임검사를 받아 시험관아기 시술이 아니고는 임신이 불가능한 것으로 진단됐다.

당시 장윤석 서울대병원 산부인과장(퇴임) 팀은 배란 유도와 고도의 배양작업 및 수정을 통해 배아를 자궁에 이식해 2월 25일 임신을 성공시켰다.

이후 모친은 다른 건강한 산모들과 동일하게 생활하다가 9월 18일 자궁수축의 징후가 있어 병원을 방문해 조기 진통으로 산과에 입원했다. 이후 10개월가량 지난 10월 12일 제왕절개술로 국내 첫 시험관 아기를 출산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일본, 대만에 이어 네 번째 사례였다.

연구진은 "시험관 수정으로 태어난 첫 세대 아이들이 현재 재생산 연령에 있는 성인"이라며 "시험관 시술은 더 이상 접근 불가능하거나 특별하고 복잡한 절차가 아니며, 불임 부부에게는 흔한 절차가 됐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대한산부인과학회지 영문판(Obstetrics & Gynecology Science) 최신호에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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