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 이성해기자] "초보 리포터가 K리그 시축이라니 너무 영광이라 지금도 얼떨떨해요. 그런데 초미니를 입고 시축한 사진만 화제를 모아서 부끄럽고 축구팬들에게 죄송해요."

 

TBS 리포터로 FC서울의 홈경기를 전담하고 있는 한지은은 매우 조심스럽게 시축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한지은은 지난 6월 21일 오후 8시 서울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1 K리그'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에서 시축을 했다. 시축자로 깜짝 결정된 탓에 한지은은 사실 자신의 준비가 부족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한지은은 시축 한번으로 영광과 굴욕을 동시에 맛봤다. 시축 직후 쏟아져 나온 사진기사들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각 포털사이트에 메인뉴스로 반영됐는가 하면 처음으로 검색어에 이름도 올렸다. 그러나 속사정을 알고 보면 마냥 좋아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초미니 시축이 눈길을 끌었나봐요. 사실 치마바지였거든요. 그런데 사진만 보니 영락없는 초미니더라고요. 축구 리포터를 한다는 애가 초미니를 입고 시축을 했다고 알려지니 축구팬 입장에서는 어땠을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더라고요."

 

진짜 굴욕은 따로 있다. 초미니 시축도 그랬지만 한 언론사 보도엔 한지은의 얼굴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긴 머리칼에 얼굴이 가려진채 축구공을 차는 모습에 '내가 누구게?'라는 제목이 달려있었다. 한지은은 그 모습이 마치 공포영화에 나오는 여배우같았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한지은은 심지어 또다른 뉴스에서 모 방송사 아나운서로 잘못 소개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무명이니까 이해해야죠. 아마 원래 시축자가 아나운서였던 모양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기사도 나온 모양이예요. 어쨌든 전 제가 시축할 수 있게 된거니까 무조건 감사하죠."

 

초미니였든 치마바지 였든 한지은은 단 한번의 시축으로 FC서울의 팬들로부터 각선미에 대한 찬사를 과분할 정도로 받았다고 한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한지은은 시축을 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갔을 때 너무 긴장돼 아무런 정신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한지은은 시축 후 FC서울 마스코트와 구두닦기 세레머니까지 멋지게 해냈다. 이어 관중석을 향해 손까지 흔들며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는 여유를 과시했다. 이에 대해 한지은은 "축구장과 상암구장을 집이라고 생각하자고 끊임없이 자기세뇌를 한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TBS리포터로 한지은이 FC서울의 상암경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한달 남짓. 하지만 이미 '상암의 여신'으로 불리고 있다. 경기전후 관중석에 마이크를 들고 뛰어들면 팬들의 반응은 가히 광적인 수준으로 열기가 뜨거워진다.

 

"스포츠 리포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부족함을 빨리 메꿔서 프로답다는 평가를 듣고 싶어요. 한경기 한경기 나설 때마다 여전히 긴장되지만 관중들에게서 힘과 용기를 얻어요. 상암여신이란 별명이 부담되지만 팬들에게 절대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죠."

 

K리그와 FC서울을 응원해 달라는 이야기를 수없이 반복한 한지은. 그녀는 다시한번 시축할 기회가 온다면 다리 힘을 꼭 키워놨다가 골키퍼 있는데까지 축구공을 날리고 싶다고 희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