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5월 대설특보 발효…구룡령 18.5㎝ 폭설
(양양=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겨울이 잠시 봄나들이 나오듯 5월에 대설특보가 내려지며 강원 산지가 설국으로 변했다.
2일 오전 양양과 홍천을 잇는 구룡령 굽잇길은 정상으로 향할수록 눈꽃 가득한 설경이 펼쳐졌다.
구름은 낮게 깔려 백두대간에 머물렀고, 신록과 봄눈이 어우러져 5월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장관이 연출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10분부터 이날 오전 5시 30분까지 강원 중북부 산지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
구룡령에는 18.5㎝, 대관령에는 1.6㎝의 눈이 쌓였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동안 눈이 5㎝ 이상 쌓일 것으로 예측될 때 내려진다.
5월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것은 1999년 이후 22년 만이다.
20㎝ 가까이 눈이 쌓인 나뭇가지는 무게를 견디지 못해 꺾일 듯 휘었다.
쌓인 눈은 금세 후두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눈은 해발 약 900m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하더니 구룡령 정상에 다다르자 겨울왕국이 펼쳐졌다.
'5월의 설경'이라는 귀한 풍경을 포착하기 위해 새벽길을 달려온 사진가들은 삼각대를 펼치며 순백의 세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고갯길을 지나던 운전자도 잠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스마트폰을 들어 설경을 찍었다.
움트기 시작한 단풍나무 위에도, 노란 봄꽃 위에도 눈이 쌓여 오가는 이의 시선을 붙잡았다.
부천에서 온 사진 동호인 김민영(52)씨는 "4월에 내린 눈은 종종 봤지만, 5월에 이렇게 폭설이 내린 풍경을 찍기는 처음"이라며 "높이 올라갈수록 초록에서 흰색으로 변하는 백두대간의 절경에 탄성이 나온다"고 말했다.
해가 점차 높이 솟으면서 기온이 오르자 눈은 빠르게 녹기 시작했다.
백두대간에 펼쳐진 운해도 서서히 옅어지면서 사진가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영서 내륙 20도, 산지는 14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해발고도 700m 이상의 고갯길에는 밤사이 많은 눈이 쌓이거나 내린 눈이 얼면서 빙판길이 나타나 미끄러운 곳이 있겠으니 교통안전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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