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유러피언 슈퍼리그(ESL)의 초대 수장을 맡은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회장은 ESL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정 위기에 놓인 축구계를 구할 유일한 방책이라고 강변했다.

페레스 회장은 20일(한국시간) 스페인의 축과 전문 TV 프로그램인 '엘 치링기토'에 출연해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한 유럽의 '빅클럽'들이 ESL을 출범하게 된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페레스 회장은 우선 유럽 빅클럽들이 코로나19 탓에 재정 위기가 심화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잉글랜드의 주요 구단이 재정 위기의 해결책을 찾고 싶어한다"면서 "우리 레알 마드리드도 엄청난 돈을 잃어 매우 심각한 지경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가 아니라 ESL에서 뛴다면 구단들은 적자를 크게 메울 수 있다"면서 "이윤이 부족한 이 상황에서 탈출하려면 주중에 더 수준 높은 경기를 치러야 한다. ESL이 축구단들을 재정 위기에서 구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페레스 회장은 축구 산업이 코로나19 이전에도 위기에 놓여있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는 축구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줘 ESL의 출범을 앞당겼을 분이라는 게 페레스 회장의 시각이다.

그는 "축구 인기가 떨어지고 있으며, TV 중계권료는 하락 추세"라면서 "코로나19가 축구계의 모두가 망해가고 있다는 경고 신호를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구도 우리 생활의 다른 모든 것들처럼 진화해야 한다"면서 "축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빅클럽 간의 대결이다. ESL 출범으로 중계권료가 올라가고 더 많은 수익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승강제 없이 창립 구단들의 독점적인 지위를 인정하는 ESL의 운영 방식은 부자 구단들의 이기주의와 탐욕의 산물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페레스 회장은 이를 통해 축구계 전체가 더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페레스 회장은 "앞으로 피라미드와 같은 구조를 만들 것"이라면서 "우리 빅클럽들이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돈을 선수 영입에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빅클럽들이 돈을 잃는 구조가 유지된다면 축구계 전체가 UCL과 함께 붕괴될 것"이라면서 "우리 빅클럽들이 앞으로 20년 동안 축구계를 지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날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한 12개 클럽이 ESL을 출범한다고 발표하자 UEFA와 각국 리그 사무국은 ESL에 참가하는 구단이 국내외 리그나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고, 소속 선수는 자국 국가대표팀에서 뛰지 못하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ESL 출범과 UEFA의 경고가 모두 현실화한다면 ESL 창립 구단으로 참여하는 토트넘 소속의 손흥민은 다가오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 한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

페레스 회장은 UEFA의 경고에 대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ESL에 참가한다고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가 금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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