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까지 날아가 주변 아파트도 위험할 수 있어"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 단지의 조경석에서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피해 발생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와 한국환경공단은 최근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 단지 내 11개 조경석의 시료를 채취해 분석 중이다.

앞서 환경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해당 아파트 조경석에서 트레몰라이트(tremolite) 석면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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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는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일부 조경석에서 시료를 채취해 전문기관 분석을 의뢰한 결과 상당수에서 석면 원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아파트 단지에 있는 조경석은 모두 161개로 이 중 석면 함유가 의심되는 조경석만 141개(88%)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 6개 종류의 석면 중 바늘 모양의 각섬석 계열에 속하는 트레몰라이트 석면은 2003년부터 국내 사용이 금지된 상태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공기 중에 날려 호흡기로 인체에 흡수되면 폐암, 석면폐증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석면은 '침묵의 살인자'로 비유될 만큼 곧바로 질환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잠재적 위험성이 크다"며 "아이들이 조경석에게 올라가거나 주변 흙을 가지고 노는 과정에서 석면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석면은 부드러운 특성을 갖는 광물이라 일반 돌처럼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실제로 조경석 중에 손으로 만져도 부서지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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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아파트의 경우 자연 상태의 석면 광물이 조경석에 포함된 사례로 당초 산업 현장에서 석면 원료를 넣은 건축재 등이 피해를 유발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자연 석면'에 해당하는 조경석이더라도 야외에 노출된 상태에서 주민 생활권과 밀접해 잠재적 위험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용진 순천향대 천안병원 석면환경보건센터장은 "조경석이 야외에 노출돼 있어 기후적 요인이나 외부 충격에 의해 석면이 날릴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번 날아서 흩어진 석면은 24시간 동안 공기 중에 떠다니거나 2㎞ 거리를 날아갈 수 있어 주변 아파트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속한 철거와 함께 조경석 주변 접근을 제한하거나 덮개를 이용해 석면이 날려서 흩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석면 조경석의 위험성은 정부가 정한 석면허용기준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환경부와 고용노동부는 '가공·변형된 석면함유가능물질의 석면허용기준'에서 조경석은 표면에 석면이 노출되지 않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15일 한국환경공단 석면환경센터에 분석을 의뢰해 최근 문제가 된 아파트 단지 내 11개 조경석의 시료를 채취했다.

인천시는 석면 검출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경우 조경석 철거 작업과 함께 환경 조사를 추가로 진행할 방침이다.

또 석면 조경석이 충북 제천의 채석장에서 불법으로 유통됐을 가능성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할 예정이다.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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