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 대당 최고 수십억을 호가하는 일명 '슈퍼카'.

대부분 가격이 수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데요.

요즘 이런 차들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부자들이 지루함을 느끼면서 람보르기니와 벤틀리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현지시간 지난 1일 미국 CNN 방송은 초고가 차량이 날게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벌어지는 이러한 현상은 언뜻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인데요.

팬데믹이 전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렸고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공장폐쇄 등으로 인해 지난해 미국 내 전체 승용차 판매는 전년과 비교해 10% 감소했는데요.

작년 4분기 들어 자동차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코로나 유행 전인 2019년 4분기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죠.

반면 이 기간 8만 달러(한화 약 9천만 원) 이상 고급차 매출은 거의 두 배로 뛰었습니다.

특히 10만 달러(한화 약 1억 1천만 원) 넘게 나가는 최고급 차량은 무려 63%나 더 팔렸는데요.

슈퍼카를 취급하는 미국의 한 자동차 판매상은 CNN 인터뷰를 통해 "업계에서 40년 일하는 동안 요새 같은 호경기는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 같은 상황이 뜻밖인 것은 관련 업체들도 마찬가지.

영국 BBC에 따르면 람보르기니 측은 지난해 두 달간 이탈리아 공장이 '셧다운' 됐음에도 사상 최대 수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스테판 윙켈만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역시 깜짝 놀랐다"고 고백했는데요.

차량 판매 대수가 2019년 대비 감소했음에도 이익이 늘어난 것은 고객이 맞춤형 한정판 모델을 구매했기 때문입니다.

초호화 SUV로 눈을 돌린 중국 부호들 역시 빛나는 실적을 이끈 주인공인데요.

이들이 싹쓸이한 일명 '슈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우루스는 작년 회사 전체 매출의 59%를 차지했습니다.

람보르기니에서는 입문형 모델로 꼽히지만, 이 역시 국내 판매가가 2억5천만 원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거침없이 지갑을 연 건데요.

이러한 흥행에 힘입어 중국은 올해 독일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람보르기니 세계 2위 시장으로 우뚝 설 전망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독일 다임러 역시 지난해 10월 중국에서의 3분기 벤츠 판매량이 24% 뛰었다고 밝혔는데요.

다임러 측은 이에 대해 "중국 부유층이 유럽 등지에서 호화로운 휴가를 보낼 수 없게 된 대신 사치품을 산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해외여행 길이 막히면서 중국뿐 아니라 지구촌 부자들이 여유자금으로 럭셔리카를 사들였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인데요.

일상에서 억눌린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보복 소비'가 자동차 시장에도 작용한 셈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CNN에 "가만히 앉아서 인터넷에 올라온 차 사진을 들여다보는 일밖에 할 게 없는 사람들"이 최근 슈퍼카 열풍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말했죠.

또 다른 요인으로는 각국 '벼락부자'를 양산한 글로벌 증시 호황이 꼽힙니다.

IT업계 등에서 '젊은 부자'가 많아진 것도 드림카 구매 붐에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이러한 분위기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개인보다는 법인 명의로 고가 수입차를 구입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곳곳에서 집합 금지와 영업 제한 등이 시행되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진 요즘.

한편에서는 남는 돈을 쓸 곳이 없어진 갑부들이 값비싼 차를 '줍줍' 하면서 제작사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김지선 기자 김지원 작가 김지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