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군부가 2일 미얀마 전역의 무선 인터넷까지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진영과 소수민족 무장반군간 '연대 투쟁'이 가시화한 가운데, 군부가 시위대 등 반(反) 쿠데타 세력에 더 강한 탄압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지 언론 및 외신, SNS에 따르면 군부는 전날 인터넷 업체에 공문을 보내 이날부터 추후 통보가 있을 때까지 무선인터넷을 24시간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도 전날 밤 교민들에 보낸 안내문을 통해 이날부터 와이파이(WI-FI) 등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24시간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고 알렸다.

앞서 군부는 지난달 15일부터 휴대전화 인터넷(모바일 인터넷)을 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미얀마에서는 유선 인터넷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마저도 오전 1시부터 오전 9시를 전후로 접속이 끊겨 바깥세상과 '단절'된다.

무선인터넷 차단 조치는 쿠데타 발발 두 달을 맞아 민주진영이 전날 2008년 군부헌법 폐기를 선언하고, 과도 헌법인 '연방민주주의헌장'을 발표해 소수민족 무장조직과의 연대를 공식화한 뒤 나왔다.

특히 오는 13일은 미얀마 최대 축제인 띤잔 연휴가 시작되는 날로, 그동안 휴일에 군부가 강경 진압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무선인터넷 차단 조치 배경에 대한 우려도 일고 있다.

한 네티즌은 SNS에 "미얀마 군사정권이 모두로부터 미얀마의 문을 닫고 있다"고 적었고, 다른 네티즌은 "미얀마 전역의 뉴스를 듣기 위해서는 라디오에 의존해야만 하는 슬픈 현실이다. 어둠의 시대로 되돌아갔다"고 적었다.

미얀마 시민들은 인터넷 차단 상황에서 '소통'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이동통신사의 무제한 문자메시지(SMS) 사용 요금제를 안내하거나, 언론 매체의 뉴스 서비스를 SMS로 받아볼 방법을 적기도 하고, 라디오를 구매해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며 주요 라디오 방송 주파수를 SNS에서 공유하고 있다.

한편 SNS에서는 전날 제2도시 만달레이의 한 아파트 유리 창문이 대거 깨진 모습이 확산했다.

전날 밤 군경이 주택가까지 들어와 시위도 하지 않은 주민들의 집에 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도시 양곤의 산차웅구에서는 전날 밤 군경이 총에 맞은 한 시민을 마구 구타한 뒤 이 남성을 어디론가 끌고 가는 영상이 SNS에 광범위하게 유포됐다.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까지 총격 등 군경 폭력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이는 543명에 달했다.

시민들은 이날 버스정류장을 포함해 거리 곳곳에 총격 등 군경 폭력에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꽃 놓아두기 시위'를 벌였다고 네티즌들은 전했다.

한 마을 주민들이 전날 밤 촛불로 '우리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We will never surrender)라는 영문 문구를 만들어 보이며 저항을 다짐한 사진도 SNS에서 널리 퍼졌다.

sout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