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처럼 퍼지는 'n번째 소라넷'…수법도 대담·치밀

'n번방 방지법'에 따라 단순 소지·시청도 처벌 가능

(서울=연합뉴스) 오주현 황윤기 기자 = 경찰이 이른바 '제2의 소라넷'으로 불리는 불법 촬영물 공유 사이트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와 유사한 사이트들이 독버섯처럼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다.

28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제2의 소라넷'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와 운영 방식 등이 비슷한 A·B 사이트에서도 불법 촬영물이 제작·유포되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회원 등급제로 운영되는 A 사이트에는 '몰래'·'도촬'(도둑촬영) 등의 제목으로 불법 촬영·유포됐음을 추측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다수 올라와 있다.

사이트 운영은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시글과 댓글을 쓴 회원에게는 포인트가 지급되며, 자료를 올리면 더 많은 포인트를 준다.

포인트를 모으면 회원 등급이 올라 불법 촬영물 열람 권한이 확대된다. 이는 한때 국내 최대 음란 사이트였던 '소라넷'과 유사한 체계로, 불법 촬영물 생산·유포를 부추기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조장하는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 사이트는 불법 도박 사이트·유흥업소 등과 제휴까지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이트에 광고된 도박 사이트를 가입·이용하거나 유흥업소 방문 후기를 작성하면 포인트를 지급한다는 안내도 있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A 사이트에서 영상 다운로드 권한을 가진 회원은 13만여명에 달한다.

B 사이트는 상대적으로 은밀하게 운영된다. "아동·청소년 음란물 외엔 법원에 협조하지 않는다"며 "가장 신뢰도 높은 커뮤니티"라고 홍보하고, 회원 가입 없이는 사이트 내부로 진입할 수 없도록 했다.

회원들은 구글이 국내 수사기관에 잘 협조하지 않는 점을 이용해 구글 드라이브 링크를 공유하고, 그곳에서 영상을 내려받는 수법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A·B사이트 모두 주기적으로 서버를 옮기고, 공개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으로 주소 변경을 알리는 방식으로 추적을 피하고 있으나 사이트 주소만 알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다.

성인 인증 절차도 따로 필요하지 않다. 이들은 수사망을 피하려고 사이트 도메인도 외국 업체를 통해 구매했다고 한다.

불법 촬영물 사이트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주목을 받으면서 최근에는 성범죄 피의자 상담 커뮤니티에는 자신의 처벌 가능성을 묻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 커뮤니티의 3월 방문 횟수는 전달 대비 30% 가까이 증가했고 댓글 수는 2배로 늘었다. 신설된 전용 게시판에는 "단순 시청만 했는데 처벌받을 수 있나", "비트코인 후원을 했는데 처벌을 피할 방법은 없나" 등을 질문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게시된다.

전문가들은 'n번방 방지법'에 따라 불법 촬영물 시청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 장윤미 변호사는 A·B 사이트와 관련해 "n번방·소라넷의 재현으로 볼 수 있는, 이런 범죄의 근절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과거처럼 초범이거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감형되지 않는 추세"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촬영물 단순 소지나 시청 모두 처벌이 가능하다"며 "유포하거나 업로드했다면 더 강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viva5@yna.co.kr,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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