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군 복무 중 성전환수술로 강제전역 조치됐던 변희수 하사.

이후 법적 소송을 이어가던 변 전 하사는 지난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줬습니다.

변 전 하사는 그동안 정신건강센터 상담을 받아왔고, 숨지기 한 달 전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을 만큼 정신적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달엔 성 소수자 인권운동가인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역시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이 더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잇따른 죽음에 성전환자, 즉 트랜스젠더를 둘러싼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는데요.

태어나면서 지정된 생물학적 성(sex)과 본인이 인식하는 사회적 성(gender)이 다르다면, 꼭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트랜스젠더로 볼 수 있습니다.

남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해 '제3의 성', 'M(Male)과 F(Female)이 아닌 X' 등으로 불리기도 하죠.

이들 중 상당수는 남녀 이분법으로 나뉜 세상에 맞춰 살아가는 것을 힘겨워합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여자 화장실에 가면 남자가 들어왔다고 신고당하고, 남자 화장실에 가면 성범죄 대상이 되기도 해 온종일 화장실에 가지 않고 참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는데요.

가족관계등록부상 자신이 원하는 성으로 바꾸는 절차는 간단치 않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전환수술과 부모 동의가 필수였고, 이미 결혼했다면 성별 정정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 결과 법적으로 성별을 바꾼 트랜스젠더 비율이 8%에 불과한 것 역시 이러한 어려움 때문인데요.

진학, 취업 등에 있어 많은 제약을 받는 것도 현실이죠.

실제로 지난해 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합격생이 학내 반발 등을 견디지 못하고 입학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란 이유로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약 65%, 온라인 등지에서 혐오 표현을 접했다는 답변도 80%에 달했는데요.

성전환자로서 타임지 표지모델이 된 할리우드 스타 엘리엇 페이지, 방글라데시에서 뉴스 진행을 맡은 트랜스젠더 등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외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물론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관련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꼭 20년 전인 2001년 하리수 씨가 연예계에 데뷔,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2006년 법적 성별 변경을 허용하는 판결이 나오는 등 조금씩 변화했습니다.

최근 한림대 강동성심병원에 성 중립 화장실이 만들어졌고, 고려대 안암병원에는 성 정체성 혼란에 대한 상담 등이 가능한 '젠더클리닉'이 문을 열었죠.

굳이 한쪽 성을 선택하거나 수술을 하지 않아도 성 정체성 그대로를 인정하고 존중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따뜻한 것만은 아닙니다.

사회 질서 혼란 등 부작용을 들어 트랜스젠더를 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한 것도 사실인데요.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은 17대 국회부터 나왔지만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폐기되거나 반대 여론에 부딪혀 철회됐습니다.

지난해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 역시 차별 금지 대상에 성별 정체성과 성적지향을 포함, 반대 측의 집중 공격을 받았죠.

'진정한 평등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은 "생물학적 성별과 다른 성별을 용납하기를 거부하는 대다수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어 형사 처벌하거나 손해배상 책임을 따지겠다는 이 법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등을 심각히 침해한다"고 성토했습니다.

민성길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는 "차별 금지 자체는 찬성하지만,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말조차 처벌받게 된다"며 "좋고 나쁜 면이 다 있는데 한쪽 의견을 막는 것은 난감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법이 제정되면 추후 관련 정책이 수립되고 세간의 인식이 바뀔 가능성도 높지만, 설득과 토론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입법 과정 자체도 의미가 있는데요.

트랜스젠더가 제도권에 자리 잡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사회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법과 제도만큼이나 필수적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법제정위원장을 지낸 박종운 변호사는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적대적 관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일단 대화의 장을 열고 이해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제안했는데요.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 소수자와 함께 공동체를 이뤄 살아보고 이야기를 들어보는 등 교육과 경험을 통해 이들이 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지선 기자 한영원 인턴기자 주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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