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 #1.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모아둔 돈과 대출금을 주식에 투자했다. A씨는 많은 돈을 투자한 만큼 불안한 마음에 종일 휴대폰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2.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식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은 너무 지루하다. 빨리 월요일이 됐으면 좋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주식장이 쉬는 날은 허전하다'는 등 공감하는 댓글이 달렸다.

이 처럼 최근 주식 투자에 빠진 2030세대가 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열풍이 불면서 지난해 20대와 30대를 중심으로 주식중독 문제를 겪은 이들이 전년보다 많이 증가했다.

27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주식중독 관련 상담건수는 5523건으로 지난해(3540건)보다 56% 늘었다.

지난해 주식중독으로 센터를 찾은 이들도 1732명으로 2018년 875명, 2019년 1008명보다 크게 증가했다.

특히 20대의 경우 2018년 71명, 2019년 73명만 주식중독으로 센터를 찾았으나 지난해에는 무려 236명이 상담을 받았다. 30대 역시 2018년 257명, 2019년 323명에서 지난해 579명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2018년과 2019년 주식중독으로 상담을 받은 10대는 단 한 명도 없었으나 지난해 25명이 센터를 찾았다.

전문가들은 '지금 아니면 어렵다'는 불안감이 깔려있어 젊은 층이 주식에 빠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지나친 경쟁사회 속 취업이 너무 힘들고, 취업이 돼도 언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불안함과 불확실성을 더한 게 코로나19"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수저가 아니면 월급을 모아서는 평생 집을 살 수 없는 등 우리 사회에서 공정이라는 게 어느 정도 무너졌다"며 "젊은 층들의 희망이 실종된 상황이다 보니 한탕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이라는 기회가 하나 왔기 때문에 어떻게든 올라타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도 "'포모증후군(FOMO·Fear Of Missing Out)이라고 하는데, 지금 돈을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에는 점점 더 벌기 어렵고 기회도 없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층의 경우 자본이 적다 보니까 악착같이 할 수밖에 없어 중독될 가능성도 크다"며 "적은 자본으로 처음에 잘못되면 좌절감과 충격이 더 커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임 교수는 주식중독을 피하기 위해 너무 잘 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주변과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무분별한 정보에 현혹돼 낙관적 편향 또는 기대를 하고 일확천금에 도전하는데, 보수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중독되면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혼자 조용히 하다가 실패해서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차라리 주식 투자하는 것을 오픈하고 주변과 소통하는 편이 낫다"고 제안했다.

또 주식중독은 도박중독과 증상이 유사한 만큼 개인 의지로 극복하기 어려울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황선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예방부장은 "주식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리거나 주변인에게 거짓말을 하는 행동을 보인다면 주식중독을 의심해야 한다"며 "주식에 심각하게 과몰입된 상태라면 개인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의지로 극복하기 어려우면 각 지역에 있는 한국도박관리센터를 방문하거나 전화상담(1336)을 통해 전문 심리상담사와 개인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재정‧법률 상담 또는 집단 심리치유 과정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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