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고용노동부가 경기 파주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21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양지청은 지난 9일 고(故) 배모씨(당시 27세·여) 유족에게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배씨는 2019년 7월 경기 파주 법원읍에 있는 K골프장에 입사해 캡틴으로 불리는 책임자로부터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를 비롯한 캐디들은 손님에게 수고료를 받는다는 이유로 골프장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특수고용직으로 일했다. 업무 과정에서 캡틴은 배씨에게 공개 모욕과 망신을 줬고 외모비하를 일삼았다고 직장갑질119는 주장했다.

괴롭힘이 이어지자 배씨는 경기 일정을 통보받는 온라인 카페에 캡틴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지만 글은 20분 만에 삭제됐고 카페에서 강제퇴장 당했다고 한다. 배씨는 같은 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배씨의 죽음에 대해 골프장 측은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 개인 간의 갈등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한 반면 유족은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9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캐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의 직접적인 적용이 곤란하다"고 유족에게 회신했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사용자에게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 적절한 조치, 직장 내 괴롭힘 실태 조사 등을 권고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체계 구축과 이를 반영한 취업규칙 개정·신고도 시정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119는 "정부가 배씨를 노동자가 아니라고 단정한 이상 회사가 조사하지 않아도, 가해자인 캡틴에게 징계를 내리지 않아도 현행법상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적용되지 않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라고 밝혔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특수고용노동자를 지휘·명령하는 사실상의 사용자뿐 아니라 사장 친인척, 원청회사, 아파트 주민 등 '특수관계인'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고 처벌조항도 없다고 직장갑질119는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배씨는 회사의 요구로 산재보험 적용 신청 제외 신청서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산재신청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장갑질과 관련한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조항을 신설하는 한편 고용노동부 신고를 확대해야 한다"며 "여야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arksj@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공=뉴스1. 해당글은 제휴매체의 기사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