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밤10시 제한에 2부제…불특정 다수 밀접 접촉 '방역 실종'
인근 식당도 해장 젊은이들로 바글바글…일반 손님까지 전파 우려
(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 "지금 강남 ooo 가보실 분?"
19일 새벽 5시14분 한 온라인 카페에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요즘 클러버들은 밤낮이 바뀐 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영업시간을 오후 10시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클럽은 오후 10시 이후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상당수 클럽이 오전 5시 오픈을 택했다.
'밤의 문화'로 인식된 클럽이 새벽 5시부터 연다고 한들 갈 사람이 있을까. 착각이었다. 이날 이른 아침 방문한 서울 강남구 한 클럽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태우는 클러버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평소 주말 저녁 클럽 앞 인파에 비교할 건 아니었으나, 아침 시간 고요한 강남역 뒷골목에서 단연 눈에 띄는 광경이었다. 클럽이 새벽 시간부터 연 탓에 이곳 주변에는 얼굴이 빨개져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머리에 여우 모양 코스프레 모자를 쓴 남성, 옷을 서로 맞춰 입은 여성들 등 이른 아침부터 클럽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은 젊은이들이 거리에 하나둘 나타났다.
중간중간 클럽 밖으로 나와 주변 도로에서 담배를 피우며 침을 뱉는 등 코로나19 전파가 우려되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클럽에서 나온 한 여성은 "좁은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우는 게 불안해서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 클럽은 스테이지나 테이블에서의 흡연을 제한하고, 실내 화장실 내에서만 흡연을 허용하고 있다.
클러버들로 인해 인근 24시간 김밥집도 특수를 누리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10시쯤 식사 시간이 아님에도 김밥집 테이블은 가득 찼다. 특히 클럽에서 나와 해장 또는 식사를 위해 이 김밥집으로 향하는 젊은이들도 많았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김밥집으로 향한 두 여성은 주문과 동시에 마스크를 벗었다. 밀집된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와 접촉한 뒤 식당으로 바로 향한 만큼 클럽을 방문하지 않은 일반 손님들도 바이러스 전파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이었다.
이번 주말에도 일부 클럽들은 2부제 영업 계획을 확정하고 홍보를 진행하고 있어 당분간 방역 우려는 계속될 전망이다.
강남 A클럽은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5시~11시 1부, 오후 5시~10시 2부로 운영될 예정이다. 아울러 A클럽은 실내 화장실에서 흡연이 가능하다는 점도 홍보에 이용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또 다른 강남 클럽의 경우 토요일 오전 5시~10시 1부, 오후 4시~10시 2부 영업을 진행하고, 일요일에는 오전 영업을 2시간 연장해 낮 12시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일부 클럽은 인원 제한 없이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한 클럽에서 일하는 매니저(MD)는 이날 통화에서 "와보시면 안다. 요즘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인원 제한은 따로 없다"고 귀띔했다.
방역 수칙에 따르면 현재 클럽은 8㎡당 1명만 입장할 수 있고, 춤추기와 테이블 이동은 금지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클럽을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데 그들이 설 연휴에 여행이라도 갔다면 감염이 널리 퍼질 수 있다"며 "정부는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이 형성될 때까지 클럽의 영업을 제한하되 재정은 지원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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