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선택 끝내자]⑩대전경찰청·전남경찰청 내사 착수

경찰 "트위터 '극단선택 유도' 글에 엄정 대응 방침"

[편집자주]모든 1등이 영예로운 건 아니다. 한국은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자살은 '막는 것' 밖에 대책이 없다. 2019년 극단 선택으로 1만3799명이 숨졌다. 하루 평균 37.7명이다. <뉴스1>은 자살시도자나 충동자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흔적을 추적하고 유가족·상담사·복지사·학계 전문가 등을 취재해 관련 사례를 분석했다. 애초 9회에 걸쳐 자살 예방 대책을 보도하기로 했으나 경찰의 내사 착수 사실을 추가로 확인해 10회로 늘어났다. 이번 기사가 마지막 편이다.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이상학 기자 = 극단선택 모의·유도 글이 사회관계망 서비스 '트위터'에 속속 올라오자 경찰이 본격적으로 내사에 착수했다.

<뉴스1>은 앞서 자살예방 기획 '극단선택 끝내자'를 통해 트위터상 극단선택 모의·유도 글이 사실상 방치된 채 게시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마지막 길 함께하실 분"…'극단선택' 모의 이뤄지는 SNS)

16일 경찰에 따르면 대전경찰청과 전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경찰청의 지시를 받아 트위터에 극단선택 모의 글들이 게시된 정황을 내사하고 있다.

정식 수사 개시 전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내사' 단계라 경찰은 말을 아꼈으나 극단선택 모의·유도 글이 게시된 경위와 실제로 극단선택이 이뤄졌는지를 집중 들여다볼 계획이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사이버상 극단선택 유도 또는 모의글에는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뉴스1> 취재 결과, 트위터에서는 규제에 걸릴 수 있는 직접적인 검색어 대신 자음만 쓰는 방식으로 극단선택을 모의하거나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반자살'의 자음만 쓴 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적는 식이다.

예컨대 한 누리꾼은 "ㄷㅂㅈㅅ 수도권 중에 준비물, 장소 있으신 분 연락주세요. 저도 낄게요"라는 글을 올려 극단선택을 예고했다.

'ㄷㅂㅈㅅ 되도록 빨리 가고 싶네요' 'ㄷㅂㅈㅅ 확고합니다, 메시지 주세요' 등의 게시글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검색 한 번으로 극단선택 동반자를 구할 수 있어 전문가들은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유현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는 "극단선택을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두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혼자서는 두려움을 갖지만 모르는 사람이 함께하자고 하면서 방법을 알려주면 심리적 위안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이런 생각을 너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알려주고 '함께'라는 점을 강조해 행동으로 이끄는 것"이라며 "스스로 정당화해 자살이 힘든 삶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에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7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온라인상 극단선택 유발 정보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가 마련된 상태다.

여기서 극단선택 유발정보란 Δ극단선택 동반자 모집정보 Δ극단선택 관련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정보 Δ극단선택을 실행하거나 유도하는 내용이 담긴 문서, 사진, 동영상 Δ극단선택 위한 물건 판매 또는 활용 정보 Δ명백히 극단선택 유발을 목적으로 한 정보다.

SNS에 올라온 극단선택 모의 글은 '극단선택 동반자 모집 정보'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많다.

극단선택 유발정보를 유통해 자살예방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모니터링, 삭제차단, 교육, 수사, 피해자 보호조치 과정에서 경찰을 비롯한 관계기관이 유기적으로 협업해 트위터 극단선택 모의·유도글에 종합적·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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