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6년 만에 새로운 필명 피비(Phoebe)로 돌아왔지만 여전했다. 임성한 작가는 특유의 대사톤과 설정, 기법들을 신작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서도 이어갔다. 그럼에도 '임성한 월드'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이번에는 주인공들인 세 남편들의 '불륜녀 찾기'가 시작되면서 그 상대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증폭됐다. 이달 6일 방송된 5회는 9.1%(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물론, TV조선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극본 임성한/연출 유정준 이승훈/이하 '결사곡') 4회에서는 "소예정 막춤 안 본 눈 삽니다"라는 말풍선이 등장했다. 판문호(김응수 분)가 아내 소예정(이종남 분)의 춤을 보는 장면에서 떠올린 생각이 말풍선으로 표현됐다. 5회에서도 부혜령(이가령 분)이 남편 판사현(성훈 분)에게 복화술로 막말을 하는 장면에서도 말풍선이 또 한 번 나타났다.

이 같은 말풍선 기법은 임성한 작가의 전작에서도 등장했던 바 있다. '오로라 공주'와 '압구정 백야'에서도 기존 드라마에선 시도되지 않았던, 말풍선이라는 신개념 기법을 선보여 논란이 됐었다. 특히 '오로라 공주'에서는 반려견 떡대의 속마음까지 표현돼 황당하는 반응이 일었다. 이번에도 부혜령의 말풍선에 "뒤진다?"는, 품위가 다소 결여된 거친 대사가 등장해 '오로라 공주' 당시 논란이 됐던 비속어 말풍선을 상기하게 했다.

임성한 작가의 특유 노래방 사랑도 계속됐다. 1회에서는 박해륜(전노민 분)이 아내 이시은(전수경 분)에게 노래방에서 이혼을 통보했다. 4회에서 판문호와 소예정, 그리고 김동미(김보연 분)와 신기림(노주현 분)은 노래방을 찾았다.

또한 수영장 신 삽입을 비롯해 꿈 이야기가 종종 언급되는 장면, 판사현의 외도에 분노한 부혜령의 격한 따귀신 등 시청자들이 간파하는, 임성한 월드의 특징적인 장면들도 대거 등장했다.

'오로라 공주' 급의, 전대미문의 데스노트 수준까진 아니지만, '하늘이시여'에서 개그 프로그램을 보며 웃다 돌연사하던 장면에 이어 '결사곡'에서도 신기림이 영화를 보며 웃다 심장 발작으로 사망하는 장면이 등장해 또 한 번 이목을 끌었다. 신기림의 심장병에 대한 서사가 깔려있던 만큼 예상 가능했던 전개였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비명횡사 장면이 등장, 작가의 특이점을 더욱 강조한 셈이 됐다.

과거 갑작스러운 사망 장면들과 달리 신기림의 심장 발작 엔딩에서 노주현과 김보민의 소름끼치는 연기로 명장면이라는 호평도 받았지만 5회에서 부혜령과 이시은, 서반(문성호 분)이 신기림의 사망 이유를 두고 희화화하는 듯한 대사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시은은 "영화 보시다 쓰러지셨대요"라고 말했고, 서반이 "공포영화요?"라고 되묻자 "아니요, '너의 스파이'"라 답했다. 이에 서반은 "그거 재밌는 영화 아니에요?"라고 다시 반문했다. 재밌어서 웃다 사망한 과정을 다시 한 번 상기하는 조롱투의 대사였다.

임성한 월드라 통용 가능한 설정과 기법은 작가의 독창적이거나 고유한 차별점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비평 영역에선 논란이 제기됐지만, '결사곡'이 1회부터 TV조선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가뿐히 갈아치우면서, 특유의 확고한 스타일로 자신의 드라마를 소비하게끔 만드는 역량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 '불륜녀 찾기' 장치가 더해지면서 '결사곡'은 시청자를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드라마가 됐다. '결사곡'이 중반부로 접어들며 본격적으로 전개가 시작되면 어떤 평가를 끌어내게 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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