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현대차그룹이 8일 애플과 자율주행차 개발 협의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공시하면서 지난달부터 제기된 현대차·기아와 애플 간의 '애플카' 협력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청업체 전락 가능성에 대한 그룹 내부 우려와 애플의 비밀주의가 협력 논의 중단의 이유로 거론된다.

◇ '하청업체 전락하면 어쩌나'…애플 비밀주의도 발목

현대차그룹과 애플 간의 협력설은 지난달 초 언론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이어 현대차가 8일, 기아가 20일 각각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하면서 애플과의 협력 논의는 기정사실화됐다.

하지만 두 회사가 이날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 협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한달여간 지속된 애플과의 협력설은 일단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는 애플과의 협력에 대한 회의론과 애플의 비밀주의가 협의 중단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애플과의 협력설이 가시화되자 그룹 내부에서는 자체 전기차 브랜드 확대를 꾀하는 과정에서 현대차·기아가 자칫 애플의 하청업체로 전락해 전기차 주도권마저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현대차보다는 브랜드 파워가 약한 기아가 애플카 생산을 맡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러한 우려는 더 커졌다.

이에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현대차그룹 임원 등 내부에서 "애플과의 협력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건 아니다"라는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자동차 제조업체인 현대차그룹과 휴대전화·태블릿 생산업체인 애플의 협력은 가격 책정 등에서 혼란이 있을 수 밖에 없어 유지가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애플의 과도한 비밀주의도 또 다른 협의 중단 이유로 꼽힌다.

지난달 현대차가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 제안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비밀 준수를 중시하는 애플은 현대차그룹에도 애플카에 대한 언급 자체를 하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차·기아의 공시로 간접적으로 애플과의 협력설이 공식화되자 애플 입장에선 비밀 유지에 대한 원칙이 훼손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그동안 공급업체에 대해 비밀에 부쳐왔는데 협력설로 한국 주가가 급등하는 등 파급력이 커지자 애플이 나서 (논의를) 중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애플이 현대차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진 것은 맞지만 부담스러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현대차-애플 협력 물건너갔나?…"상황을 지켜봐야"

다만 양사 간 협력 가능성이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애플의 자율주행 자동차 프로젝트는 초기 단계로, 애플카 출시 시기는 5~7년 이후로 점쳐진다.

이에 애플이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논의를 잠정 중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자율주행 전기차를 미래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애플 입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은 최적의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보유하고 있을뿐더러 미국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기아차 조지아주 공장이 해외 전기차 생산 베이스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등 애플은 현대차그룹이 자사가 계획한 시기에 맞춰 자동차를 실제 생산할 수 있는 능력과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소차,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등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미래 비전도 애플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애플 입장에선 일단 현대차와의 협력설로 불거진 논란을 잠재우는 게 급선무"라면서 "시간이 있으므로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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