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걸러내는 판매금지 키워드 포함 안되고 모니터링도 실패

'대리게임 처벌법' 시행됐지만…플랫폼 기업은 책임 없어

매달 1000만명 넘는 이용자가 방문하는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현행법상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대리게임 거래 게시글이 한 달 동안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근마켓은 인공지능(AI)으로 불법 게시물을 걸러내고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앞서 논란이 된 '신생아 판매글'에 이어 기술적 허점뿐 아니라 운영상 한계를 나타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당근마켓에는 '롤 30까지 키워주실 분', '롤 맡김' 등 라이엇게임즈의 인기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롤) 대리게임 거래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당근마켓은 불법 게시글에 대해 AI와 내부 모니터링, 이용자 신고 등 세 가지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된 대리게임 게시글은 AI가 걸러내는 판매금지 물품 키워드에 포함돼 있지 않은 데다 내부 모니터링 요원도 이를 감독하지 못해 한 달 가량 방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대리게임 관련 별도 금칙어 키워드를 등록할 경우 단순 게임기 판매나 게임 동호회 모집 등 합법적 게시글에도 잘못된 제재를 가할 수 있어 내부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날 오후까지 문제가 된 대리게임 게시글은 삭제조치 되지 않은 상태다. 당근마켓에 올라오는 게시물은 하루 약 50만 건에 달하지만 모니터링 요원은 30여명 수준이다.

2019년 6월 개정된 게임산업진흥법은 대가를 받고 대리게임을 하면서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면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다.

반면 대리게임 거래를 방치한 플랫폼 기업에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는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주 국회에 제출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 역시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불공정 거래를 주로 다루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리게임 문제가 발견돼 당국으로부터 시정요청을 받은 대리게임 웹사이트(URL)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2162곳, 1509곳에 달한다. 정도가 심각해 게임위가 경찰에 수사의뢰한 경우도 각각 14건, 15건 있었다.

2015년 7월 출시된 당근마켓은 이용자 거주 지역을 기반으로 한 '안전한 거래'를 내세워 빠르게 성장했고, 지난해 9월 월간 순방문자수(MAU) 1000만명을 돌파하며 '국민앱' 반열에 올랐다.

앞서 지난해 10월 당근마켓에 '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되어 있어요'라는 제목의 글에 신생아 사진 2장과 함께 거래금액 20만원을 책정한 내용이 담겨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경찰은 해당 글을 올린 여성을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미수 혐의로 입건, 아동보호사건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대리게임 광고 등 불법 거래 게시글을 판매금지 항목으로 지정하고 이용자들이 반복적으로 시도할 경우 이용제한 조치를 하고 있다"며 "모니터링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키워드를 정교화하는 등 인적·기술적 고도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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