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카페 업주 "모두 먹고 살기 힘든데, 우리만 희생 강요"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청주시 상당구에서 20년 넘게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0)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정부의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에 맞춰 예약 안내를 했다가 손님한테서 "융통성 있게 장사하라"는 퉁명스러운 충고를 들었다. 일행 6명을 두 팀으로 나눠 예약하겠다는 것을 거부해 생긴 일이다.

현재 시행되는 거리두기 지침은 음식점의 경우 5인 이상 예약이나 동시 입장이 불가능하다.

인근에서 다른 음식점을 운영하는 그의 지인은 오후 9시 영업시간이 마무리됐는데도 자리를 파하지 않는 손님과 언성 높이면서 실랑이를 벌인 일이 있다.

김씨는 "음식점 업주들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 방역수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손님 때문에 힘이 빠진다"고 푸념했다.

이어 "위반시 업주는 300만원의 과태료를 무는 반면, 손님은 상대적으로 솜방망이 수준인 10만원만 물게 돼 있는 것도 경각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15일 음식점 업계 등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 어려운데 무례한 손님 때문에 더 힘들다는 하소연부터 실내 영업제한을 풀어달라는 요구 등도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16일 거리두기 세부조정안을 발표하기로 예고하면서 이 같은 불만이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는 모양새다.

청주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시간 일찍 문을 닫았더니 단골손님이 왜 빨리 닫느냐고 항의했다. 본인이 과태료 300만원 내면 이같은 말 할 수 있을까" 등 거리두기 관련 푸념 글이 다수 올라왔다.

외식업중앙회 충북지회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출입명부를 작성하지 않겠다고 떼쓰는 손님도 적잖다"며 "지난달에는 손님이 출입자 명단 작성을 거부해 경찰이 출동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위반 과태료 기준은 사업주의 관리 한계 등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고객들에게도 업주와 비슷한 수준의 잣대를 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에는 전국카페사장연합회 충북지역 소속 회원 현모(34)씨가 도청 앞에서 카페 실내 영업 재개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청주 청원구 율량동에서 1인 카페를 운영하는 현씨는 "하루 20만원이던 매출이 5천원까지 떨어졌다"며 "브런치 카페에선 커피와 음식 섭취가 가능한데, 비슷한 메뉴를 파는 일반 카페만 막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방역 당국의 세밀하고 일관성 있는 지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사정은 이해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거리두기 강화 등은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내일 세부 조정안이 발표될 예정인데 다양한 의견이 수렴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17일 종료 예정인 현행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조치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 연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k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