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김현철 기자 = "고객님 죄송해요. 오늘은 배달 안하고 포장주문만 받습니다."

역대급 폭설과 한파가 계속되면서 물류업계, 배달전문 음식점 등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 도로가 빙판길로 변하면서 택배와 음식배달 등 '언택트 서비스'가 사흘째 발이 묶이는 '배송대란'이 현실화했다.

물류업계는 택배차량에 스노체인을 체결하거나, 음식배달 운행 거리를 1㎞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 배달 기사 안전 확보에 나섰다. 일부 소비자도 자발적으로 새벽배송 주문을 취소하는 등 '빙판길 사고 방지 총력전'에 동참했다.

그동안 코로나19 덕을 본 배달전문점들은 폭설로 인한 빙판길로 인해 배달이 전면 중단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쿠팡, 배달거리 1㎞ 제한…배민·바로고 '산재보험'

8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전날(7일) 오후 배송파트너(배달기사)를 대상으로 '운행 거리 조정' 안내를 일괄 공지했다.

현재 쿠팡이츠 배송파트너는 1㎞ 이하 주문 건에 대해서만 서행 배달을 하고 있다. 쿠팡이츠 배송파트너가 수행하는 실 배달거리는 0.2~0.8㎞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1위 '배달의민족'과 물류IT플랫폼 '바로고'는 라이더(배달기사) 안전사고에 대비해 '유상운송보험'과 '산재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배민라이더스에 유상운송보험과 산재보험을 100% 의무 제공하고 있다"며 "지역 라이더 스테이션에서 수시로 이륜차 정비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가 배달기사 안전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산발적인 한파와 도로결빙이 반복되면서 제설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는 음식배달 특성에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제설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유동적으로 배달 구역을 조정하고 있다"면서도 "전국 곳곳에서 사고 신고가 접수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바로고는 현재 전국 배송 지역을 40%로 축소 운영하고 있다. 바로고 관계자는 "지역 상황에 따라 서비스를 재개했다가 중단하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당장 서비스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은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A씨는 "평소 이용하는 배달업체가 기사들의 안전을 위해 운영을 전면 중단해 폭설이 내린 뒤 포장주문만 받고 있다"며 "날씨가 춥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 며칠째 장사를 공치고 있다. 빨리 빙판길이 녹아 배달이 가능해졌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택배업계, 스노체인 걸고 물량 조절…"배달 자발적 취소" 동참도

택배업계도 '한파 딜레마'에 빠졌다. 기온이 영하 20도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온라인 수요가 급증했지만, 택배차 운행이 쉽지 않아 '이중고'에 놓였다.

반면 일부 소비자는 자발적으로 주문을 취소하고 택배기사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등 가슴을 따뜻하게 녹이는 미담이 전해지기도 했다.

CJ대한통운은 이날 택배차에 스노체인을 체결할 수 있도록 차량 점검에 나섰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롯데택배 기사들에게 충전식 전자 손난로를 지급했다. 한진의 경우 택배기사들에게 방한용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아시스마켓은 새벽배송 주문 마감 시간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물동량 조절'에 나섰다. SSG닷컴도 새벽배송 배달기사를 대상으로 "배송시간을 지키지 못해도 되니 안전 운행에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공지했다.

통상 새벽배송은 오전 7시까지 배송을 완료하지 못하면 '컴플레인'(고객 불만)이 접수된다. SSG닷컴은 본사가 직접 고객 불만에 대응, 배송기사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소비자가 택배기사의 안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주문을 취소한 사례도 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일부 고객은 스스로 주문을 취소하고 '하루 이틀은 (택배를) 시키지 않을 테니, 몸조심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며 "소비자가 먼저 동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주말까지 전국적인 한파와 폭설이 예고되면서 '배송 지연' 사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시민 여러분께 큰 불편과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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