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뉴스1) 박진규 기자,정다움 기자 = "장사를 때려치던지 해야지. 24시간 운영해도 빠듯한데 밤 9시까지만 영업하라더니, 이제는 낮술 한 병 파는 것도 못하게 하네요."

전남 순천시에 4일부터 전국에서 최초로 낮술 금지령이 내려진 가운데 이날 점심시간 순천 조례동의 한 국밥집에서 만난 사장 박모씨(55·여)는 "올해는 장사가 어떨 것 같냐"는 물음에 버럭 화부터 냈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해 온 박씨는 "국밥집 오는 손님들 상당수가 따끈한 국물이나 수육에 소주 한잔 하는 맛으로 오는데 술을 못 먹게 하니 장사가 되겠냐"며 "아침에도 3팀이나 그냥 보냈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어 "일부는 음식과 술을 포장해서 가기도 하지만, '국밥이 술 없이 넘어가냐'며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부지기수"라며 "어떤 손님은 차라리 편의점 가서 술 한잔 먹겠다고 가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순천의 대표 재래시장인 순천 웃장 20여 곳의 국밥집 상인들도 불만이 가득했다.

웃장에서 3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백모씨(71·여)는 "식당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일용직 근로자다. 이 분들은 점심 먹으면서 술 한잔 마시는 게 낙"이라며서 "근데 그게 오늘부터 안된다고 밥이 들어가겠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밥집 주인 이모씨(59·여)는 "오늘 아침부터 술을 못 판다고 하니 욕을 하거나 불평을 하는 손님들도 있었다"면서 "돼지국밥 먹으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반주를 하기 때문에 불만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사도 늦게까지 못하게 하면서 술도 못 팔게 하니 이번달에는 월세나 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그나마 술이 마진이 괜찮은데 이마저도 못 팔게 하니 장사하기가 더 어렵다"고 근심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허석 순천시장은 지난 3일 긴급 담화문을 통해 "정부의 2단계 표준 방역지침에 일부 시설과 업종에 대한 강화된 조치를 추가해 4일부터 17일까지 2주간 일명 '2단계+α'의 행정명령을 발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식당에서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류판매를 금지하도록 행정명령했다.

이 같은 조치는 심야영업을 하는 순천지역 한 식당이 영업 제한시간을 교묘하게 피해 오전 5시부터 영업을 하다가 적발돼 전국적인 지탄을 받으면서 촉발됐다.

허 시장은 "강화된 조치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수많은 시민들께서 고통과 불편이 가중됨을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면서 "전체 시민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순천시의 강화된 사회적거리두기를 반기는 눈치다.

주부 정모씨(45)는 "순천이 최근 들어 코로나 환자가 많이 발생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이번 참에 모두들 예방 수칙을 잘 지켜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씨(38)는 "일부 업종에 한해 이런 단기적인 제한조치로 코로나가 근절될지 의문"이라며 "고통이 따르더라도 일주일이라도 아예 모든 가게가 문을 닫고 이동을 제한시켜야 코로나가 줄어들 것"이라고 강한 제한 조치를 요구했다.

일부에서는 낮술 판매금지가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날도 순천 한 국밥집에서는 버젓이 반주로 낮술을 즐기는 손님이 목격됐다.

식당 주민 강모씨(61)는 "우리는 영업시간 제한이나 낮술 제한을 시키는대로 지키지만 모두들 잘 따르는 것 같지는 않다"며 "예방수칙을 잘 지키는 지 시청이나 경찰서에서 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은 4일 오후 2시 현재 59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순천시는 전남 22개 시·군중 가장 많은 197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비슷한 인구 규모의 인접 여수시가 26명에 비해 8배 가까운 발명 숫자로 그동안 코로나19에 대한 안일한 대응으로 질타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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