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직장인 장모(26)씨는 최근 집 근처 무인 빨래방을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탈수가 끝난 빨랫감을 옮겨 담으려고 건조기를 열었더니 동물의 털로 보이는 것들이 남아 있었다.

장씨는 19일 "피부가 예민해서 평소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 다른 곳도 아닌 빨래 전용 공간에서 그런 모습을 보니 불쾌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세탁 편의성을 추구하는 소비가 늘면서 무인 빨래방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일부 이용객이 반려동물들의 용품을 가져와 세탁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일반 손님 중에 동물의 털에 거부감을 나타내거나 알레르기와 아토피 문제로 민감해하는 경우가 많아 업주들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피해 업주들은 빨래방이 무인으로 24시간 운영된다는 점을 악용해 인적이 드문 심야 시간대에 반려동물 용품이 세탁이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반려동물이 사용하는 장난감이나 방석, 담요 등이 대표적인 빨랫감이다.

업주들은 반려동물 용품에는 동물의 털이나 분비물이 묻어있는 경우가 많아 다른 이용자의 거부감을 살 수밖에 없다고 걱정한다.

인천에서 3년 가까이 무인 빨래방을 운영 중인 A(42)씨는 반려동물 용품 반입은 물론 빨래방 내 반려동물 출입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A씨는 "무인 빨래방 업주와 고객 간 가장 중요한 신뢰의 척도는 청결 상태"라며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품을 세탁하는 곳인 만큼 원칙적으로 반려동물 용품 반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네 빨래방의 경우 입소문이 마케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며 "반려동물 관련 문제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반려동물 용품 반입 금지 문구가 적힌 안내문을 게시하고 수시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다고 했다.

그러나 처벌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지 않아 '나 몰라라'하는 고객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반려동물과 주인이 생활 공간을 공유하다 보니 빨래를 금지하는 범위에 대해서도 모호한 면이 있다.

또 다른 업주 B(42)씨는 "반려동물을 키우면 개인 침구류나 의류 등에 털이 묻어나는 경우도 많다"며 "이런 부분들은 일일이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빨래방 방문 전 먼지떨이 등을 이용해 털을 제거하고 와주시는 분들에게 고맙다"며 "결국에는 손님들이 집에서 하지 않는 행동들을 공용 공간이란 이유로 악용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goodluc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