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도입 등) 시행 후 전세 낀 매물이 기피 대상이 되면서, 세를 놓은 집주인들의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경우 실거주자가 아닌 갭투자자를 매수자로 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정부가 갭투자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주인들이 직접 자신의 집을 매물로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로 전세 낀 집을 소유한 집주인들로, 중개업자 도움만으론 매도가 어려워지자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 것이다.

국내 최대 부동산 카페엔 "(급급매) … 최하가격 갭투자자 찾습니다"란 제목의 매물 홍보 게시물이 올라와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정부가 투기 세력으로 규정한 갭투자자를 집주인이 공개적으로 구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해당 집주인은 "세입자가 집을 잘 안 보여줘 번번이 계약이 파투 나서 너무 화가 난다"며 "현재 최하가격으로, 집 안 보고 빠른 계약하는 분은 더 조절 가능하다"고 전했다. 실제 집주인은 같은 주택형의 실거주 가능 매물보다 1억원가량 싸게 집을 내놨다.

이 집주인이 매수자를 갭투자자라고 명시한 것은 임대차법 시행 이후 사실상 전세 낀 매물은 갭투자 방식으로밖에 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계약 만기가 끝나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늘면서 실거주 목적의 매수가 어려워지고 임차인이 나갈 때까지 갭투자를 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임대차법을 처음 내놨을 때도 시장에선 갭투자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전에도 2년까지 세를 끼고 집을 사고팔았다. 이제는 임차인이 살 수 있는 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늘었다는 걸 전제로 매매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해 정부가 갭투자를 용인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처럼 전세 낀 매물은 매수자의 계획대로 입주가 불가능해 시장에서 기피 대상이 됐고, 임대차법 영향으로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확산하면서 매수자들은 더 꺼리게 됐다. 이로 인해 아파트 시장에 거래 매물이 대폭 줄면서, 실거주 가능한 매물의 희소성이 부각돼 집값이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최근엔 임대차법에 따른 전세난 악화로, 전셋값이 급등해 매매가와 차이가 줄어들자 이를 이용한 갭투자 수요도 다시 꿈틀거릴 조짐을 보여 우려가 제기된다.

KB부동산 통계에서 10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은 54.2%로, 9월보다 0.6%포인트(p) 올랐다. 상승 폭은 9월(0.3%p)보다 커졌다. 2개월 연속 오른 것은 4년3개월 만이다. 전세가율 60% 이상인 곳도 9월 2곳(종로·중구)에서 10월 4곳(성북·은평·종로·중구)으로 늘었다. 강북구(59.5%), 중랑구(59.8%), 관악구(59%), 금천구(59.6%) 등도 60%에 가까워졌다.

처음엔 김포와 파주 등 수도권 비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갭투자가 기승을 부리더니, 서울에서도 다시 하나둘 포착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노원구에선 지난 3개월간 아파트 거래(592건) 중 6.4%인 38건이 갭투자였다. 송파구(345건 중 26건, 7.5%), 강서구(529건 중 22건, 4.1%) 등에서도 갭투자가 발견됐다.

업계에선 전셋값 상승이 장기화하면 갭투자 등이 다시 기승을 부려 매매시장에 상승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셋값 상승세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전셋값이 장기간 상승한 경우 실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셋값 안정 여부가 향후 매매시장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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