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 물 마시려다 실수로 소주 1병" 진술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만취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증거를 없애려고까지 한 경찰관이 실형을 살게 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A(52)씨는 현직 경찰관이던 지난 2월 충남 공주시 한 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가다 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사고 현장으로 온 견인 기사에게 자신의 차량을 끌고 갈 것을 부탁한 그는 택시를 잡아타고 인근 병원에 도착했다가 다시 다른 택시를 타고 또 다른 병원에 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튿날에는 주점 업주에게 전화를 걸어 업소 내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을 지울 것을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점은 실제로 A씨 모습이 담긴 영상을 삭제했다.

뒤늦게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A 경위가 혈중알코올농도 0.173%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던 것을 확인했다.

A씨는 그러나 검찰에서 "사고 직후 물을 마시려고 했는데 실수로 소주 1병을 마셨을 뿐"이라고 변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로교통법 위반과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대전지법 공주지원 이지웅 판사는 "누구보다 엄정하게 법질서를 준수해야 할 경찰 공무원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징역 1년 실형을 내렸다.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피고인 주장을 살핀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김성준 부장판사)는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음주운전 사실을 감추기 위해 관련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허위 진술을 종용하거나 중요한 증거를 없애도록 해 수사에 상당한 지장을 줬다"고 밝혔다.

A씨는 실형 선고를 받고 나서 해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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