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강원 태백시가 수년간의 찬반논란 끝에 수십억원을 들여 보존·복원한 철암동 옛 탄광촌 주거시설인 까치발 건물이 노후라는 새로운 위기에 봉착했다.

까치발 건물은 '검은 노다지'로 불렸던 석탄 산업 호황기의 상징이다.

1960∼1970년대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주택이 절대적으로 모자라자, 주민들은 하천(철암천) 쪽으로 주거공간을 늘렸다.

철암천 바닥에 목재 또는 철재로 지지대를 설치해 건물을 증축하는 방식이었다.

지지대 모양이 까치발처럼 생겼다고 해서 까치발 건물이다.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석탄 산업 사양화로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까치발 건물은 버려지기 시작했다.

한때 4만5천 명에 달했던 철암동 인구는 9월 말 현재 2천135명으로 줄었다.

까치발 건물은 2000년대 중반 폐광지 재개발사업인 철암동 시가지 4차로 확장공사로 철거 위기를 맞기도 했다.

5년 넘게 이어진 '개발 대 보존'의 논란은 '일부 개발·일부 보전'이라는 타협으로 마무리됐다.

◇ 석탄 산업 호황기 상징…41억 들여 철암탄광역사촌으로 개관

태백시는 국비 29억여원 등 사업비 41억7천만원을 들여 철암천변 까치발 건물 11채를 보전·복원해 2014년 3월 '철암탄광역사촌'이라는 명칭으로 개관했다.

건물 내부는 전시·문화공간으로 꾸몄다.

철암탄광역사촌은 철암역과 경북 봉화 분천역을 오가는 백두대간 협곡열차와 함께 과거로의 아날로그 여행지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하천 바닥에 지지대에 간신히 의존하는 까치발 건물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모습이다.

까치발 건물 11채 중 가장 젊은 건물도 35년 전 지어졌고, 60년 넘는 건물이 3채나 된다.

태백시는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건물 노후가 심각해지자 지난해 말 정밀안전진단을 했다.

진단 결과는 즉시 사용 금지(E등급) 2채, 긴급 보수·보강 필요(D등급) 6채, 주요 부재 보수 필요(C등급) 3채 등 우려했던 대로 심각했다.

태백시는 급한 대로 기초 구조물·지지대·석축 보강, 균열 창문 누수 수리, 벽 방수 페인트 시공 등 보수·보강공사를 하기로 했다.

건물 보존을 위한 보수·보강공사는 예산이 필요하다.

이번 보수·보강공사에만 5억원이 넘게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붕괴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려면 앞으로도 지속해서 이런 보수·보강공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해 7만6천여 명이 철암탄광역사촌을 방문했다.

◇ "매년 유지·운영·보수비 등 자칫 돈 먹는 하마 될 수도"

성철경 도시계획기술사는 "현재 건물 상태를 보면 3∼5년마다 이런 보수·보강공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보수·공사공사를 한다고 해도 홍수 등 자연재해와 피로 하중으로 말미암은 안전사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장 당시 방수공사 등을 한 옥상 부분은 이미 원형 보존의 의미를 잃어버렸다"며 사고 예방과 예산 절감을 위해 땜질식 보수·보강공사보다는 건물 외부만 보존하고, 내부는 새로운 구조물로의 재건축을 제안했다.

자칫 사업 성과도 없이 '돈 먹는 하마'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보수·보강공사 외에도 철암탄광역사촌 유지관리에 매년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실정이다.

시설물 보수공사 2천여만원, 위탁운영비 8천여만원 등 관리·운영 예산만 매년 1억원에 달한다.

평상시 관리상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5일 오후 둘러본 철암탄광역사촌은 건물 외부 곳곳에 거미줄이 엉켜 있었고, 개장 당시 설치한 안내 표지판은 녹슬어 있었다.

피복이 벗겨진 전선도 방치돼 있었다.

태백시 관계자는 6일 "거미줄 등 평소 관리 소홀 문제는 조속히 고치겠다"며 "그러나 원형 보존이라는 사업 취지와 건물 노후에 따른 안전 확보의 동시 해결은 필요 사업비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난감한 문제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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