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지난 7월 경찰로부터 삭제·차단 요청을 받은 '디지털교도소'에 대해, 신상이 공개된 대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인 10일에야 소위원회를 열고 '의결 보류'를 결정했다.

이날 방심위는 인터넷상 불법·유해정보를 심의하는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관련 법령 위반사항 등에 대해,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현재 접속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결 보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디지털교도소 국회서 지적되고 2일 뒤에야 방심위 소위 열고 심의

디지털교도소는 성범죄자의 사진과 개인정보, 범죄사실 등을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해 처벌한다는 취지를 주장하며 개인이 운영하는 사이트다. 그러나 문제는 애꿎은 사람이 '성범죄자'로 '박제'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디지털교도소는 채정호 가톨릭대학교 의대 교수가 "성착취물 동영상 구매를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사이트에 개인정보를 공개했다. 하지만 채 교수가 경찰에 명예훼손으로 이들을 고소하고, 경찰의 포렌식 조사 끝에 채 교수가 결백하다는 점이 밝혀졌다.

채 교수는 이후 SNS를 통해 "디지털교도소에 박제된 동안 하루에 수백통의 비방 문자를 받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밝혀 디지털교도소의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 지난 5일에는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된 고려대 학생 A씨(21)가 명예훼손으로 이들을 고소한 뒤, 교내 커뮤니티에 "억울하다"고 호소하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디지털교도소를 둘러싼 논란은 결국 국회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황보승희 의원(국민의힘)의 질의에 대해 "사적 처벌이고 내용 자체가 명예훼손이라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접속 차단이나 삭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에 의해 조치를 할 수 있다"며 "최근 방심위에 3건 정도 삭제요구가 접수돼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디지털성범죄는 24시간 긴급심의…디지털교도소는 2개월 뒤 심의

방심위는 지난 7월 처음 경찰에서 디지털교도소의 삭제·차단 요청이 들어왔지만, 국회에서 해당 사안이 다뤄진 이틀 뒤인 10일에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해당 사안을 심의했다. 경찰에서 삭제·차단요청이 처음으로 접수된 지 2개월이 지난 뒤다.

방심위는 현재 디지털성범죄에 대해서는 '24시간 교대근무' 및 '전자심의를 통한 상시 심의체계'를 구축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긴급심의 대상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성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이 같은 빠른 심의의 대상이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 측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방심위의 방관이 대학생의 극단적인 선택을 불렀다는 지적에 대해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지난 7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공문이 접수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구청에서 심의에 필요한 관련 법령을 계속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인 URL 차단에 대한 위반법령 쟁점사항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대구청에 자료 보완을 요청하고 내부 법률 검토 등 심의에 필요한 과정을 진행했다"며 "심의 차단 지연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심의위원 "디지털교도소 차단은 불법 게시물 비중 등 면밀히 살펴봐야"

그럼에도 이 같은 방심위의 대처는 '늑장 논란'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결국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심의는 경찰이 인터폴에 검거 공조요청을 하고, 디지털교도소 운영자가 사이트를 폐쇄한 뒤에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열린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에서도 심의위원들은 디지털교도소가 재유통될 경우, 신속히 심의를 재개하기로 하면서도 "해당 사이트 전체 차단에 대해서는, 불법 게시물의 비중, 관계 법령의 적용 여부 등을 보다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방심위는 "디지털교도소가 재유통시, 신속한 심의를 통해 불법성이 있다고 심의 결정하는 경우에는 국내 이용자 접속차단 외에 해외 서비스 제공업체 등을 통하여 국제공조도 협조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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