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건강 이상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장 적출 수술을 검토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한 적도 있었다는 8년 전 발언이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1차 집권기(2006년 9월 26일∼2007년 9월 26일·366일) 때 사임한 원인으로 꼽히는 궤양성대장염에 중학교 때부터 시달렸다고 일본소화기병학회의 소식지인 '쇼카키노히로바'(消化器のひろば, 소화기광장) 창간호(2012년 9월 1일 발행)에 실린 대담에서 밝혔다.

주치의로 소개된 히비 도시후미(日比紀文) 당시 게이오(慶應)대 의학부 교수와의 대담에서 아베 총리는 "중학교 3학년 때 복통 후 설사와 혈변이 이어졌고 변기가 시뻘겋게 물들어 놀랐다"고 몸의 이상을 알게 된 상황을 당시를 소개했다.

그는 고베(神戶)제강소에서 일하던 시절 증상이 악화해 회사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궤양성대장염이라는 것을 알게 됐으며 게이오대 병원에서 정식으로 치료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정계에 입문하고 두 번째 선거를 준비하던 1996년에 증상이 악화해 매우 괴로웠다고 털어놓았다.

아베 총리는 "여러 번 변의(便意, 대소변이 마려운 느낌)가 일었으나 선거 운동용 차량에서 내려올 수 없어서 식은땀을 흘리면서 참았다"며 "정말 괴로웠다"고 말했다.

이후 자민당 국회대책 부(副)위원장으로 활동하던 1998년에 식사 대신 수액만 버티는 생활이 이어졌고 체중이 65㎏에서 53㎏으로 줄어드는 위기가 찾아왔고 결국 정치를 그만둘지 결정할 각오로 3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치인은 뜻을 이루기 위해 병을 감춰야 했고 병이 있다는 것은 큰 마이너스라서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정치 따위는 그만두라"고 울면서 호소하기도 했다고 아베 총리는 당시를 회고했다.

장 전체를 적출하는 수술까지 검토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으나 '펜타사'(일반명 메살라진)를 장에 주입하는 요법이 효과가 있어 일상생활로 복귀했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총리는 상상했던 것보다 몇십배의 격무였다"며 1차 집권기 때 건강이 다시 악화한 것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첫 임기 때 기능성 위장염에 걸려 죽과 수액으로 버티며 해외 순방을 했고 결국에는 해외에서 걸린 바이러스성 장염 때문에 지병이 최악의 상황이 돼 결국 사임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사임 후 '아사콜'(ASACOL)이라는 약이 매우 잘 들어서 40년 만에 처음으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같은 병으로 괴로워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 굳이 나의 병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대담에 응하는 이유를 밝혔다.

대담에서 궤양성대장염을 극복했다고 강조한 점 등을 고려하면 당시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혹시라도 건강에 대한 우려가 불거질 것을 미연에 막기 위한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식지는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기 직전에 발행됐다.

아베 총리는 2012년 9월 하순 실시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으며 약 3개월 후 총선에서 대승을 거둬 총리로 복귀했다.

아베 총리는 올해 6월 정기 건강 검진을 받은 지 약 2개월만인 이달 17일 게이오대 병원을 방문해 7시간 넘게 머물렀고 24일에 다시 같은 병원에 가서 3시간가량 체류했다.

앞서 일본의 한 주간지가 아베 총리가 피를 토했다고 보도한 바 있어 병원 방문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가 검사를 받았다고 설명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검사였는지에 관한 설명이 없어 정치권 일각에서 건강을 이유로 한 중도 사임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자리에서 건강 이상설에 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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