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미착용·부실착용 고객, 제재할 방법 없어

전문가 "카페는 이미 위험시설…더 정교한 방역 지침 필요"

(서울=연합뉴스) 오주현 기자 = 서울 서초구에서 1인 카페를 운영하는 강모(37)씨는 마스크 의무화 조치 시행 이후에도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손님들 때문에 걱정이 늘었다.

서울시가 24일 0시를 기해 전날 시내 전역 거주자와 방문자를 대상으로 실내외를 막론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으나, 이를 지키지 않는 카페 손님들이 많다. 특별히 제재할 방법도 없다.

강씨는 26일 "마스크 의무화 행정명령을 지키기 위해 카페 안 곳곳에 '취식 전후에는 마스크 착용 필수'라는 공지문을 붙여놨지만 소용이 없다"며 답답하고 불안한 심정을 연합뉴스 기자에게 털어놨다.

그는 "음료를 마시지 않으면서도 마스크를 벗고 대화하는 손님들에게 재차 '마스크를 써달라'고 부탁을 해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당분간 테이크아웃만 운영해야 하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수도권 전체를 포함한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 실내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시민들이 식음료를 섭취하는 카페·편의점 등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미착용 단속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식할 때 외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라는 예외 조항이 있으니 음식물을 섭취하고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지만, 그 전후로 대화중일 때는 카페 내에서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것이 당연한 법적 의무다.

카페 종사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최근 '마스크 미착용 손님 대처 방안'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한 회원은 "카페 내 마스크 미착용 시 어떤 조치가 내려지는지 구청에 문의한 결과 마스크 관리를 못 해서 3번 적발되면 2주 영업 정지 조치되고, 10월부터는 벌금도 물린다고 한다"며 "우리가 무슨 힘이 있다고 업주들만 괴롭히는지 원망스럽다"고 했다.

이에 다른 회원들은 "마스크 안 한 사람을 2주간 자가격리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 "손님 때문에 업주만 벌금을 내는 거냐"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25일 오후 1시께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는 중년 손님 일행이 마스크를 안 쓰고 대화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점주 양모(52)씨가 연신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했으나 소 귀에 경 읽기였다.

점주 양씨는 "손님들에게 다가가 지적을 하는 것 자체가 감염 가능성이 있어 불안하고, 혹시나 불쾌해하실까 걱정도 된다"면서도 "만약 확진자가 나오면 카페 문을 닫아야 하는데 제발 취식 전후에도 마스크를 잘 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식음료를 판매하고 실내 취식까지 가능한 편의점의 종사자들도 마스크 미착용 손님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국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이 많이 모이는 네이버 카페에는 마스크 미착용 손님으로 인한 고충 사례가 이달 24일 이후에만 100건 이상 올라오는 등 아르바이트생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모(25)씨는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무더위에도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하는 등 철저히 조심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마스크를 안 쓰고 들어오는 손님들을 제지할 방법이 없다며 연합뉴스 기자에게 고충을 털어놨다.

김씨는 "마스크를 제대로 안 쓴 손님이 5명 중 1명꼴로 있는데 착용을 안내하면 무시하기도 하고 '그럴 거면 물건을 팔지 말라'는 폭언을 퍼붓기까지 한다"며 "의무화 조치가 됐어도 알바생은 힘이 없는데 어떻게 신고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집단감염이 이어지는 카페 등도 고위험시설로 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취식 가능한 공간 내의 방역 지침이 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카페는 이미 위험시설이라고 본다"며 "6월 말께 고위험시설 기준을 설정했는데, 두 달이 지나는 동안 파주 스타벅스 집단감염 사례 등 새로운 위험이 드러난 만큼 위험 시설 기준 자체를 손봐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 "마스크 미착용을 알바생들이 통제하기 어려운데, 해외에서 편의점 안에 머물 수 있는 수를 제한하는 조처를 한 것처럼 취식 가능한 공간 내에서 면적 대비 입장 가능한 인원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viva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