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1천만원이 넘는 에르메스백 디자인에 눈알 모양의 장식만 추가한 가방은 성과물을 도용한 부정행위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에르메스코리아 등이 국내 패션브랜드 플레이노모어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에르메스 한국지사와 프랑스본사는 플레이노모어 가방이 에르메스의 켈리백과 버킨백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냈다. 에르메스 켈리백과 버킨백은 1천만원이 넘는 고가 명품백이다.

1심은 플레이노모어 가방이 '성과물 도용' 부정경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에르메스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에르메스가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를 플레이노모어 측이 무단으로 사용해 에르메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2심은 플레이노모어 가방이 팝아트 디자인을 크게 배치해 독창성을 구현한 점이 인정된다며 에르메스의 청구를 기각했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재판부는 "에르메스백 일부 모델은 플레이노모어백과 전체적으로 유사해보이고 플레이노모어 제품을 눈알 디자인이 없는 후면과 측면에서 보면 에르메스백과 구별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플레이노모어백이 국내에서 계속 판매되면 소비자들이 에르메스 구매를 포기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봤다.

그러면서 "패션잡화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품표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계약 등으로 제휴나 협업을 하는 것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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