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찾거든 저한테 연락 한 번 주십시오. 얼굴 보고 진짜 내가 욕 좀 하게요" (남자친구 김 씨)

지난 2일 유튜브 '그것이 알고싶다' 채널에는 '새벽 4시의 울음소리와 루이뷔통 가방, 정나리 실종사건' 영상이 게재됐는데요.

고요한 새벽을 깨운 여자의 울음소리. 그 후 사라진 한 여자. 바로 정나리 (실종 당시 23세) 씨였는데요.

사건은 지난 2005년 1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박 씨는 여자 울음소리에 잠에서 깼는데요. 울고 있던 여자는 박 씨 앞집에 사는 나리 씨였습니다. 는 길가에 세워진 차 옆에서 서럽게 울고 있었는데요. 이후 지인의 부축을 받아 새벽 4시 30분경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지인은 집에 가기 싫다며 평소보다 과음을 했던 나리 씨가 걱정돼 원룸 현관문을 열어 집 안까지 바래다 줬는데요. 집에는 동거 중이던 나리 씨의 남자친구 김 씨가 옷을 벗고 자고 있었습니다.

민망함에 급히 나리 씨의 집을 나온 지인. 그로부터 10여분 뒤.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는데요.

이웃들은 "'야, 이 XXX아'하고 싸움을 했다", "뺨 때리는 소리가 났다", "쿵쿵쿵하면서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그렇게 남녀가 다투는듯한 소리는 2시간 가까이 들렸는데요.

그날 이후 나리 씨는 휴대전화도 꺼 놓은 채 아르바이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지인은 불안한 마음에 나리 씨의 집을 찾아갔는데요. 이웃들에게 그날 새벽 다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죠. 나리 씨와 동거남의 관계는 그리 원만한 편이 아니었다는데요.

나리 씨가 사라진 지 5일 째에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은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동거남 김 씨를 유일한 살인 용의자로 지목했는데요.

김 씨는 새벽 2시 40분쯤 귀가, 만취해 자다 일어나보니 나리 씨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욕실에 구토 흔적만 남아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집을 수사하던 경찰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데요. 만취한 남녀가 새벽에 귀했던 집으로 보기에는 어딘가 어색했다는 것. 청소를 한 듯 아주 깨끗했다는데요.

가장 이상한 건 바로 장롱에서 발견된 이불입니다. 습기가 차 눅눅했다는 건데요.

이에 과학수사대는 현장 감식에 착수, 침대 위의 이불과 방문 유리에서 각각 지름 1mm 가량의 나리 씨 혈흔이 발견됐습니다. 또 김 씨의 신발 바닥에서는 나리 씨와 그의 혼합혈흔이 검출됐는데요. 

당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새벽 2시 40분에 들어왔다는 김 씨는 나리 씨가 귀가했을 때는 울음소리도 듣지 못할 만큼 깊은 잠에 들어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오전 11시에 기상, 나리 씨가 외박을 했다고 생각해 관계를 정리하기로 결심했다는데요. 오후 4시경 짐을 챙겨 원룸을 떠났다는게 그의 일관된 진술이었죠. 그리고 그날 오후 6시경 친구들과 만나 팔공산으로 드라이브를 갔다고 전했는데요. 이에 경찰은 팔공산을 유기장소로 보고 수색했지만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주장과 달리 당시 전화를 받은 친구의 말은 달랐는데요. 김 씨에게 오전 6시, 7시쯤 전화가 왔다는 것. 김 씨는 11시에 잠에서 깬 뒤 오후 3시에 친구에게 연락했다고 진술했는데요. 

이에 경찰은 김 씨에 대해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2005년 4월 13일 김 씨는 돌연 중국으로 출국해 버렸는데요. 5년 뒤인 2010년 3월 귀국 후 변호사를 선임, 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했습니다.

수사기관은 살인혐의로 그를 기소, 1심 재판부는 살인 대신 우발적인 상해치사만 인정해 징역 7년을 선고했는데요.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씨의 행적이 수상해도 나리 씨의 사망이나 사체유기한 직접 관련이 없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죠.

재판부는 이웃들이 들은 새벽의 다툼 소리가 나리 씨 방에서 났다고 단정할 수 없고, 발견된 혈흔이 살인과 시체 유기 증거로는 소량이라고 판단했는데요.

이후 당시 나리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주웠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당시 대구에 살았다는 홍 씨는 새벽 6시경 귀가하다 원룸 현관 앞에 놓인 루이비통 가방을 발견했는데요. 나리 씨 원룸에서 불과 600m 떨어진 거리였죠.

누군가 가방을 실수로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한참을 기다렸지만 찾으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고. 당시 나리 씨의 가방 역시 루이비통사의 제품이었다는데요. 

이에 대구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가방을 단서로 나리 씨의 사건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사진·영상출처=유튜브 '그것이 알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