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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서는 국내 영화에서 북한의 등장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해외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북한은 여전히 공공의 적이자 실질적인 위협으로 표현됩니다.

유일하게 공산주의 이념을 고수 중이고 독재 정권 하에 자신들의 야욕을 딱히 숨기지도 않아서 그런지, 적국으로 설정해 극 중 긴장감을 고조 시키기에 매우 효과적이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북한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까요?


1. <007 어나더 데이>

<007 어나더데이>에서 북한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역으로 등장했는데요. 북한에서의 작전을 위해 잠입했다가 실패해 억류돼 있던 제임스 본드가 테러리스트 자오(릭 윤)와 교환된 후 홍콩, 쿠바 등을 돌아다니며 실수를 만회하고, 북한의 야욕을 분쇄하려는 내용을 그린 작품입니다.

한국계 배우 '릭 윤'이 메인 빌런인 구스타프 그레이브즈(토비 스티븐스 분)의 오른팔이자 한반도 통일이라는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북한군 강경파 특수요원 자오 역을 맡아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 분)와 맞서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 규정하면서 얼어붙었던 관계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공포의 대상을 과장한 데다 007시리즈라는 인기 블록버스터에 주요 적국으로 등장시키기 위해 굉장히 위협적인 첩보 강국으로 그리면서 개연성을 크게 떨어뜨렸죠.

그래서인지 시리즈의 20번째 작품이자 40주년 기념작이라는 매우 중요한 작품이었음에도 대단히 실망스러운 작품성을 지녔다고 평가받았으며, 북한과 남한 모두에 대해 한껏 몰지각한 모습으로 스크린 내에 그려내 국내에서는 특히 반발이 거셌습니다.

피어스 브로스넌이 '청천 1동대'란 명찰이 달린 예비군복을 도대체 어떻게 구했는지 북한에서 구해 입는 장면은 지금 봐도 실소를 자아내는 명장면(?)입니다.


2. <레드 던>

2012년 <레드 던>에서는 아예 북한이 미국을 침공하는 실질적인 위협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 영화에서 중국군이 적으로 그려질 예정이었지만 중국의 거센 항의를 받고 북한군으로 설정이 전격 변경됐다는 점이 재밌습니다.

아무래도 중국에서의 수익성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보다는 스크린에 미국 영화가 걸릴 리가 만무한 북한을 악역으로 설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판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역시 영화의 완성도는 아쉬움이 컸는데요. 설정이 급격히 변경되어 디지털 작업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중국군 장비에 어설픈 북한말을 내뱉는 배우들을 보면서 관객들이 제대로 몰입하기 꽤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비단 이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군이 방공망을 뚫고 미국 본토에 직접 강하해 침공 작전을 펼치고, 또 이에 맞서는 마을 학생들은 대한민국처럼 군 복무를 한 것도 아닌데 공수부대원에 맞서 게릴라 작전을 벌이며 이들을 농락하며 관객들을 아연케 했습니다. 참, 학생들 중에서 이 영화의 주인공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결국 6,500만 달러 남짓한 제작비가 투입됐지만, 해외 수익까지 합쳐도 투입된 제작비도 못 건졌다고 하니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시도였던 듯하네요.


3. <백악관 최후의 날>

2013년 개봉한 <백악관 최후의 날>은 007시리즈에 준하는 액션 블록버스터로 <트레이닝 데이>, <더블 타겟> 등을 연출한 안톤 후쿠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제라드 버틀러, 아론 에크하트, 모건 프리먼 등 톱스타들이 출연하며 화제가 됐습니다.

백악관에 몰래 잠입한 테러리스트 ‘강연삭’과 그를 따르는 북한 공작원들은 대통령과 각료들을 인질로 잡고 주한 미군 철수와 동해에 배치된 제7함대의 철수를 요구함과 동시에 핵무기 자폭 시스템을 발동 시켜 미 전역을 방사능으로 뒤덮으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위에서 소개해 드린 <007 어나더데이>에서 ‘자오’역을 맡았던 배우 릭 윤이 이번에도 다시 한번 북한 측 테러리스트 역할을 맡아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조성합니다. 

물론 이번 음모 역시 주인공 ‘마이크 배닝(제라드 버틀러 분)’의 활약에 무산되고 미국은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4. <디 인터뷰>

2014년의 화제작 <디 인터뷰>는 제작과 기획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김정은에 대한 조롱과 풍자’가 주를 이루는 코미디 영화로 세간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제임스 프랭코와 세스 로건이라는 훌륭한 배우들이 출연하긴 하지만 원래대로라면 개봉 후 구설에 좀 오르내리다가 서서히 잊혔을 지도 몰랐을 영화였죠.

그렇지만 북한 측에서는 이 영화에 대해 이례적으로 과민 반응을 보이며 공식적인 비난 성명은 물론, 미 행정부가 직접 영화의 상영을 금지해 달라는 서한까지 보내며 애를 썼지만, 헛수고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제작/배급사인 소니 픽쳐스에 대규모 해킹이 시도되어 개인 정보 및 민감한 사안들이 외부로 유출되었고 이 배후에 북한이 있음이 밝혀지면서 일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FBI가 조사 내용을 발표하고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북한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포함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는 등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결국 <디 인터뷰>는 개봉 무기한 연기, 심지어는 개봉이 취소될 뻔하다가 이를 번복하고 다시 제한적으로 극장에서 무사히 개봉이 되는 등 크리스마스 시즌 특수를 노린 평범한 코미디 영화가 두 국가 간의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나비 효과를 일으킨 독특한 사례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북한에 대한 몰이해가 낳은 어설픈 고증과 늘 문제가 되는 어색한 한국어 발음, 전혀 검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은 대사, 동양인 비하와 일본해 표기까지 화룡점정을 찍으며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번외. <월드워Z>

번외로 브래드 피트가 주연하고 전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한 좀비 영화 <월드워Z>에서 각국의 상황이 간략히 언급되는데 이 중에 북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국가가 좀비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완전 청정한' 상태라고 하는데 그 비결이 참으로 기발합니다.

지도부의 결정으로 주민 전원의 치아를 몽땅 뽑아 감염을 원천 봉쇄하고 지하로 숨어들어서 어떤 움직임도 파악되지 않는 상태로 알려졌다고 하네요.

참으로 북한만이 가능한 참신한 대처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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