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 중국 국경을 넘어 우리나라까지 전파되면서 국내 병원과 요양병원 등에 근무하는 조선족 간병인들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는 24일~30일 중국 설인 춘제(春節) 기간에 고향을 다녀오는 조선족 간병인들이 자칫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부모 등 가족들 간병을 위해 조선족 근로자를 채용한 일부 보호자들 사이에서 우한 폐렴 전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을 다녀오는 간병인들이 고향에서 감염된 상태로 국내에 입국하고 환자를 돌볼 경우 추가 확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내과병원 원장은 "조선족 간병인들이 춘제 기간에 중국을 다녀오다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괴담이 조금씩 돌고 있다"며 "중국 사정을 볼 때 보호자들의 걱정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자칫 잘못된 인식이 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동네의원에서는 중국어로 된 안내문을 문 앞에 붙이고 혹시 모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발생에 조심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하면 병원 분위기가 더 어수선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풍문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인터넷 카페에는 "지금 중국이 난리이고, 전국 병원에는 조선족 간병인들이 많다"며 "춘제 기간에 중국을 다녀올 텐데 정부에서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글쓴이의 의견에 동조하는 덧글도 달렸다.

중국 보건 당국은 22일 0시 기준으로 중국에서 우한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가 9명이고, 확진자는 400명이 훌쩍 넘었다고 발표했다. 확진자가 나온 지역도 최초 발병 지역인 우한시를 비롯해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륙 전역으로 확산된 상태다.

현재 중국 전역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사람이 하루 평균 약 3만명 수준이다. 하지만 공항 단계에서 게이트 검역을 진행하는 대상이 우한시에서 출발한 입국자에 한정하는 것도 우려를 키우는 모양새다.

물론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아직 없고 기우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많다. 한국에 체류하는 조선족 간병인들이 모두 귀향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발생하지 않은 코로나바이러스 우려 때문에 간병인을 해고하면 환자와 보호자들도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조선족 포비아(PHOBIA·공포증)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용어는 두려움 또는 공포를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왔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춘제를 우한 폐렴의 1차 위험기간으로 보고 방역 시스템을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보건당국은 전세계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발열 감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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