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구민지기자] "야구~ 몰라요."

홈런 한 방으로 승부를 뒤집는다. 실투 하나로 허망하게 무너진다. 그것이 야구다. 그래서, 야구는 모른다.

그렇다면. 야구 드라마는? 스포츠 드라마는 뻔하다. 기승전~ 연애. 그런데 이 드라마는 다르다. 그래서, 모른다.

사실, '스토브리그'(SBS)의 승리를 예상하는 쪽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상대가 '사랑의 불시착'(tvN)이다. 현빈과 손예진이 버티고 있다. 게다가 작가는 박지은.

1선발과 5선발의 맞대결이다. 그러나 공, 아니 드라마도 둥글다. '스토브리그'는 1회 안타(5.5%), 4회 3루타(11.4%), 10회 홈런(17%)을 때리며 시청률을 벌렸다.

그들은 어떻게 안방구장 최강자가 됐을까. '디스패치'가 세이버 매트릭스를 적용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별·세대별·지역별 시청 유형을 분석했다.

◆ 스토브리그, 남자들도 열광하는 드라마 

TV 리모콘의 주인(?)은, 여자다. 여성들의 손가락에 시청률이 움직인다. 그러나 '스토브리그'는 달랐다. 안방극장의 성비 틀을 깼다. 남성 시청층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모았다. 

드라마 1~9회 시청률을 남녀 비율로 환산하면, 46:54다. 거의 5:5에 가깝다. 일부 회차에선 역전 현상도 일어났다. 남성 시청률이 여성 시청률을 넘어섰다.  

우선, <2회> '드림즈' 단장 백승수(남궁민 분)와 '바이킹즈' 단장 김종무(이대연 분)가 비공식으로 트레이드를 시도하는 신 (22:30). 

이때 분당 시청률은 남성 3.8%, 여성 3.6%였다. 처음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더 관심을 집중한 순간. 야구 뒷이야기에 남성의 리모콘이 멈췄다.

야구 선수의 병역 문제는, 드라마에서도 뜨거웠다. <5회> 길창주(이용우 분) 에피소드가 대표적인 예. 백승수의 영입 제안(22:58)에, 남성 시청률은 6.8%를 찍었다. 

노장 투수의 일상도 남심을 자극했다. <7회> '드림즈' 장진우(홍기준 분)의 퇴근 (22:14~22:15).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고, 딸은 현관으로 달려왔다. 시청률은 5.5→5.7%로 상승.  

◆ '야덕'들의 심장이 반응했다 

야구 연고지에 따라, 시청률도 다르게 반응했다. 꼴찌 팀이라는 설정만으로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 팬덤이 들썩였다. 두 팀은 지난해 KBO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드라마 <1회> 행복 야구 팬들이 동병상련을 느낀 걸까. 한화 이글스의 연고지인 대전이 전국 최고치를 찍었다. 평균 시청률 7.5%를 기록했다.  

부산 갈매기도 속속 모여들었다. 부산은 롯데 자이언츠의 홈. 부산 지역 시청률은 <2회> 5.5%에서 <3회> 8.6%으로 치솟았다.   

<2회>에서 '드림즈' 간판스타 임동규(조한선 분)가 트레이드 됐다. '롯데' 팬들은 "임동규가 이대호다, 아니다"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8회>부터 수도권 시청률이 움직였다. 2주 연속 12%대에 머물다, 8회 14%의 벽을 깼다. '드림즈'는 전체 연봉을 30% 삭감했다. 피 말리는 연봉 협상이 안방극장을 채운 것.

지난 2010년, 'LG트윈스'(서울) 역시 신 연봉제를 시행했다. 공교롭게도, '스토브리그'와 같은 방식이었다. 트윈스 팬들의 감정이 이입된 걸까?

KBO리그 소식도 호재였다. '기아 타이거즈' 안치홍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것. 경상권이 다시 한번 들썩였다. 그리고 이적 4일 뒤, 부산과 울산 시청률이 폭등했다. 

<8회> 울산은 18.3%를 달성, 전국 최고 시청률로 치달렸다. 7회차(10%)보다 8.3%가 오른 것. 부산도 13%를 기록했다. <7회> 11.9%에서 1.1% 상승했다. 

◆ 남궁민이 열연하면, 시청률이 오른다 

남궁민은 드라마를 이끄는 핵이다. "어떻게 그런 겁니까?" 그가 나지막이 말하면, 시청률은 최고치를 향했다. 일례로, 2회, 5회, 6회, 9회 최고의 1분은 남궁민의 몫.

<2회> 강두기의 '드림즈' 입단 기자회견. 이후 백승수가 권경민(오정세 분)과 야구장서 독대했다(23:01~23:02). 23시 8.7%이던 시청률이 9.1%로 상승했다. 2회 최고 성적이다.

<5회> 백승수가 길창주를 영입하는 장면. 야구협회에 징계 해제를 요청하자 시청률이 뛰었다. 22시 55분 11.5%를 기록했다. 역시, 5회차 최고 스코어다.

<6회> 백승수가 당황하는 신(23:01). 그는 권경민 상무의 30% 연봉 삭감 제안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남궁민의 표정이 달라지자, 시청률은 13.2%로 치솟았다. 다시, 회차 최고점. 

<9회> 백승수의 숨겨진 사연이 암시됐다. 길창주의 아이를 안고 오열한 것. 남궁민이 눈물샘을 터뜨리자 시청률은 14.8%로 뛰었다. 드라마 자체(1~9회) 신기록이었다.

원래 스토브리그는 뜨겁다. 야구가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스토브리그'가 더 뜨겁다. 드라마 이야기다.

무엇보다 투타가 조화롭다. 남궁민의 공은 묵직하고, 박은빈의 방망이는 매섭다. 오정세는 철벽 마무리고, 하도권은 '그냥' 야구선수다.

그리고 1시간을 10분으로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 이 드라마의 '프론트'는 이신화 작가와 정동윤 감독이다. 잘 쓰고, 잘 찍는다. 덕분에, 웰메이드다.

야구든, 드라마든, 재미없으면 안 본다.

<자료협조=TN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