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담당 검사 재조사 요구 무시…사과하면 용서"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씨(52)가 20일 "억울함이 풀리면 장애인들이나 억울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싶다"고 말했다.


윤씨는 이날 충북NGO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심에서 무죄를 받으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윤씨는 "이춘재가 잡히기 전 동네 후배들이 경찰들에게 끌려가 맞고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며 "조사 이후 죽은 후배들도 2~3명이나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에서 맞은 사람도 죽은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며 "그 당시 경찰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자신 외에도 경찰의 강압적 조사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전과자라고 해서 다 (같은)전과자는 아니다"며 "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나처럼)억울한 사람이나 장애인들을 돕는 쪽으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당시 윤씨를 기소했던 검사가 자신의 재조사 요구를 거부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씨는 "당시 검사에게 재조사를 해달라고 요청을 했었는데 무시 당했다"며 "그 검사는 '당시 기억이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나를 조사했던 경찰과 기소한 검사가 국민 앞에서 사과한다면 용서해줄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심과 관련해서는 "짧으면 1년, 아니면 2~3년이 걸릴거라 생각한다"며 "재심 승소는 법원에서 결정하는 것이지만 이춘재가 자백을 한 만큼 재심은 잘 진행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그동안 도움을 준 기자들에게 미소지으며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태안읍 진안리(현 진안동) 소재 자신의 집에서 자고 있던 박모양(당시 14세)이 성폭행을 당한 후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후 이듬해인 1989년 7월 윤씨(당시 22세)가 범인으로 검거되면서 모방범죄로 결론이 났고, 그는 청주교도소에서 20년 동안 수감됐다가 2009년 8월 출소했다.


윤씨는 재판 과정에 당시 경찰의 강압수사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0월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인 이춘재(56)가 그동안 모방범죄로 알려졌던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히면서 윤씨는 재심을 청구했다.


경찰은 이춘재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대부분 부합했다는 점 등을 토대로 그를 8차 사건 진범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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