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자동세척 기능, 광고와 달라…소비자 선택권 제한"

LG전자, 수락시 위자료 최대 1400억원…"검토 후 입장 전달"

LG전자가 '자동세척 기능 불량' 논란이 일었던 트롬 의류건조기 소비자에게 각 1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한국소비자원의 판단이 나왔다.

트롬 의류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은 일정한 조건에서만 작동하는 기능인데, 마치 어떤 조건에서도 자동세척이 이뤄지는 것처럼 광고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이유에서다.

LG전자가 소비자원의 결정을 받아들이면 위자료 규모는 최소 2470만원에서 최대 14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조정 당사자가 결정을 수락하면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지 않은 소비자도 배상 결정을 적용받을 수 있어서다.

LG전자는 "소비자원의 조정안에 대해 검토한 후 기한 내에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소비자원 "LG전자, 소비자에 각 10만원씩 위자료 줘야"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트롬 의류건조기 소비자 247명이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 불량을 이유로 구입대금 환급을 요구한 집단분쟁조정 신청 사건에 대해 LG전자에 위자료 10만원 지급 결정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신청인들은 지난 7월 LG 트롬 듀얼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가 광고와 달리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먼지가 쌓이고, 건조기 내부에 잔류 응축수가 고여 악취와 곰팡이가 발생한다며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신청인들은 세척기능 불량, 악취·곰팡이 문제 외에도 의류건조기 내부 금속부품이 부식하면서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구입대금 환급을 요구했다.

소비자원은 지난 8월 트롬 건조기를 사용하는 가구 50대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진행한 뒤 LG전자에 시정권고를 내렸다. LG전자는 이를 받아들여 2016년 4월부터 판매된 트롬 의류건조기 약 145만대의 부품을 무상교체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LG전자는 "콘덴서 먼지 쌓임 현상은 건조기 자체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의류건조기의 하자라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잔류 응축수나 콘덴서의 녹도 드럼 내 의류에 유입되지 않아 인체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없다"며 "관련 기능에 대해 사실과 부합하게 광고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원의 판단은 달랐다. 소비자원은 "LG전자가 콘덴서 자동세척의 구체적인 작동 환경에 대해 광고한 내용은 신청인들에게 '품질보증'을 약속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실제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광고내용과 달랐고, 콘덴서에 먼지가 쌓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소비자원은 LG전자가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에 대해 '10년 무상보증 실시'를 발표했고, 시정권고를 받아들여 무상수리를 이행하고 있기 때문에 품질보증책임은 이행됐다고 봤다.

◇"광고와 성능 달라 선택권 제한…수락 시 최대 1400억원"

소비자원이 LG전자에 위자료 지급을 결정한 주요 근거는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 때문이었다. LG전자가 품질보증책임을 이행했더라도 궁극적으로 광고와 실제 성능이 달라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소비를 유도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원은 "LG전자가 광고에서 콘덴서 자동세척이 조건 없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일정 조건에서만 자동세척이 이뤄졌다"면서 "광고를 믿고 제품을 선택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됐을 여지가 있다"고 위자료 지급 결정 배경을 판시했다.

다만 잔류 응축수, 녹 발생으로 인해 피부질환 등 질병이 발생했다는 일부 신청인의 주장은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비자원은 이날부터 14일 이내에 조정결정서를 LG전자에 송달할 예정이다. LG는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조정안 수락 여부를 소비자원 분쟁조정위에 통보해야 한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부여된다. LG전자가 조정안을 수용하고 보상할 뜻을 밝히면 피해를 입었지만 분쟁조정 신청을 하지 않은 피해자도 보상받을 수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LG전자가 이번 사안에 대해 (미신청인을 포함한) 전체 소비자를 대상으로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며 "분쟁조정을 신청하지 않은 소비자에 대해서도 10만원의 보상계획을 제출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LG전자가 조정결정을 수락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수락하면 분쟁조정 미신청자도 동일한 보상을 받기 때문에 LG전자는 막대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해서다. 당장 LG전자가 무상수리하기로 결정한 의류건조기도 145만대가 넘는다.

LG전자가 분쟁조정위의 결정에 불복하면 이번 사건은 민사재판으로 넘어갈 수 있다. 경우에 따라 강제집행도 가능하다.

LG전자 관계자는 "조정안에 대해 검토한 후 기한 내에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며 "현재로서는 조정안 수락 여부를 결정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권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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