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한주 내내 건강식을 먹다가도 주말에 당분이 많은 음식을 폭식하면 `염증성 장 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 음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건 상식에 가깝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단 음식을 많이 먹어도 심각한 장염이 생길 수 있다는 건 주목할 만하다.

캐나다 앨버타대의 캐런 매드슨 의학과 위장병학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매드슨 교수는, 연구 중심 명문대로 꼽히는 이 대학에서 음식물과 염증성 장 질환의 연관성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이 분야 전문가다.

앨버타대가 14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올린 논문 개요를 보면, 당분이 많은 음식은 며칠만 폭식해도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꼭 염증성 장 질환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생쥐에 실험한 결과, 단 이틀만 당분이 많은 먹이를 줘도, 화학적으로 유발되는 대장염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대장염 환자가 먹는 걸 조금만 바꾸면 증상이 심해진다고 호소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결과다.

캐런 교수는 "섭식 유형에 따라 질병에 대한 취약성이 달라진다는 건 이미 입증된 사실이나,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를 알고 싶었다"라면서 "많은 당분 섭취가 대장염을 일으키는 데 단 이틀이 걸렸는데 그렇게 빠를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고당분(high-sugar) 식이 몸에 이로운 대장 박테리아에 곧바로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섬유질이 많은 음식은 대장 유익균의 활동 에너지로 작용하고, 효율적인 면역 반응에 요긴한 '짧은 사슬 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s)'도 생성한다.

반대로 섬유질 섭취를 줄이고 고당분 식을 늘리면 대장균 같은 유해균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과 같아, 염증과 불완전한 면역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고당분 먹이로 생긴 생쥐의 장 상피조직 손상과 면역 반응 결함은, 짧은 사슬 지방산을 보충하면 완화됐다. 

이는 고당분 섭취 습관을 바꾸지 못할 경우 짧은 사슬 지방산을 보충하면 염증성 장 질환을 예방할 수도 있다는 걸 시사한다.

연구팀은 또한 이틀간 고당분 먹이를 먹고 짧은 사슬 지방산이 결핍된 생쥐는, 장 투과성(gutpermeability)도 높아진다는 걸 발견했다.

장의 장관 점막은, 음식물의 부산물이나 독소, 미생물 등의 침투를 차단하는 방어벽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어떤 자극이나 손상으로 이 방어벽이 약해지면 장 투과성이 높아져 여러 병리적 증상을 일으키는데 이를 '새는 장 증후군( Leaky Gut Syndrome)'이라고 한다.

매드슨 교수는 "장 박테리아가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점점 늘고 있다"라면서 "고당분 식으로 염증이 생긴 장의 투과성이 높아졌다는 건 주목되나 더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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