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카페 우후죽순..전문가들 "관련법 개정안 통과해야"


한 야생동물 카페에서 열린 창문 사이로 라쿤이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이 포착돼 시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문가들은 "야생동물카페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며 "국회에 계류돼 있는 관련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일 <뉴스1>으로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지난 2일 저녁 7시40분쯤 천안시 한 건물 3층에 위치한 라쿤카페에서 열린 창문 사이로 라쿤이 탈출하려는 모습이 포착됐다. 자칫 추락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영상에는 시민들이 웅성거리며 라쿤이 떨어질까 소리를 지르는 장면도 담겼다.

제보자에 따르면 해당 카페는 정상 영업시간이었지만 문도 닫힌 채 전화도 받지 않았다. 실제 카페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해 봤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제보자는 "폐업을 한 것인지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동물들만 방치돼 있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됐다"며 "이후에도 가봤지만 불도 계속 꺼져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 야생동물카페 관련 개정안 국회에 계류 중…야생동물카페는 우후죽순 그동안 야생동물카페의 문제점이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야생동물카페가 동물복지 저해, 공중보건 및 위생 관리 문제, 생태계 교란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야생동물카페 운영을 금지하고 야생동물 거래를 제한하는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록제를 허가제로 강화하고 사육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 사이 야생동물카페는 우후죽순 늘어났다. 지난 8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휴메인벳이 발표한 '2019 전국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야생동물카페 숫자는 2017년 35개 업소에서 64개 업소로 증가했다. 가장 많이 사육되는 동물 종은 '라쿤'으로 36개 업체에서 전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관리부실로 인한 동물 탈출 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심지어 정확한 사고 집계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배회하는 라쿤이 목격됐고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 경기도 부천, 제주 등 유기 및 탈출 라쿤의 예방과 관리 부실이 지적됐다.

해외에서는 라쿤에 따른 생태계 교란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일본은 애완동물로 수입된 라쿤이 방사돼 1970년대부터 그 수가 증가, 현재 매년 천문학적인 세금이 라쿤 개체 수 관리에 낭비되고 있다.

스페인은 2000년대 즈음 유독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발렌시아 등 대도시에서 라쿤 밀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는 애완동물로 수입된 개체들이 방사돼 발생한 현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영국과 유럽연합에서도 라쿤은 외래침입종으로 지정해 수입·사육·번식·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야생동물을 전시하려면 동물의 생태적 습성을 충족하는 동시에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한데 상가건물에서 운영되는 야생동물카페는 동물원과 같은 서식환경을 조성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나 탈출로 인한 생태계 교란 등 사회적 위험도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카페나 음식점에서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맞다. 업계에선 야생동물카페 '관리 규정'을 만들자고 주장하는데 관리규정이 필요한게 아니라 금지가 필요한 것"이라며 "근본적으론 벨기에, 네덜란드처럼 개인이 사육할 수 있는 야생동물 종(백색목록)을 법으로 지정해 라쿤 같은 생태계 교란 위험 종의 애완용 사육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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