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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를 무지개로 물들이자" 부산서 성소수자 집회…맞불집회도

"해운대를 무지개로! 퀴어에게 구남로를 열어라!"

부산에서 성소수자들이 모여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퀴어축제를 불허한 관할구청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21일 오후 2시 부산퀴어문화축제 기획단은 해운대 구남로 바닷가 부근에서 '제2회 전국퀴어총궐기: 마, 해운대구청 단디해라!' 집회를 열었다.

2년 전부터 매년 해운대 구남로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렸지만 올해 해운대구청이 구남로 도로점용을 불허하면서 축제는 구를 규탄하는 집회로 대체됐다. 지난해에는 기획단이 축제를 강행해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도로점용이 불허된 탓에 행사부스 등 시설물은 설치되지 않았다.

기획단은 "해운대구청이 아직 무엇이 인권이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무엇인지 모른 채 도로점용을 불허했다"며 "내년에는 축제를 해야 하고 이곳을 무지개로 물들이기 위해 집회를 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이런저런 선택에 따라 성소수자란 점을 밝힐 때도 있지만, 대체로 숨기면서 살고 있다"며 "고정관념 속에서 대부분의 성소수자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다양성이 배제된 우리 사회를 지적했다.

이날 오후 2시50분께 태풍이 동반한 강한 비바람에도 집회 참가자 200여명은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고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당초 예상된 참가자수 보다는 줄어들었지만 이들은 "해운대구청 단디해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구남로에서 해운대구청 일대까지 퍼레이드를 벌였다.

같은날 구남로에서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맞불집회도 열렸다.

1시간 앞서 오전 1시 구남로 해운대역 방향에서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건강한부산만들기시민연대 등이 '동성애 STOP 레알러브시민행진' 집회를 열고 동성애는 잘못된 성인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 500여명이 집회에 참여한 점이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은 흰색 우비를 맞춰입고 생명존중·양성결혼·건강한가정 등 문구가 적힌 깃발이나 플래카드를 들고 현장을 둘러섰다.

현장에서 만난 김씨(58)는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동성애를 한다고 해서 범법자라고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다만 축제를 열고 동성애를 합법화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건 옳은 일이 아니라는 걸 알리기 위해 나왔다"고 밝혔다.

중학생 아들을 둔 이씨(43)는 "퀴어축제에 어린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축제의 내용도 문란하고, 아이들이 동성애를 하나의 문화이자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인식하게 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집회에서는 탈동성애자 발언도 이어졌다. 다만 태풍의 영향으로 예정된 퍼레이드는 취소됐다.

이날 우려됐던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집회 시작 전부터 24개중대 2100여명을 투입해 안전펜스를 설치하는 등 대비태세를 갖췄다. 퍼레이드에도 병력을 투입해 안전과 교통통제에 나섰다.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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