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DNA 분석기법을 통해 30여년 만에 특정돼 수사가 재개된 가운데 강원도 내 장기 미제 강력사건에도 관심이 쏠린다.

19일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02∼2007년 사이 도내에서 발생한 살인 등 강력 미제사건은 모두 15건이다.

이 중 2003년 원주 맥심다방 여주인 피살사건과 2005년 강릉 노파 피살사건 등 2건은 쪽지문을 통해 유력 용의자를 특정했다.

그러나 원주 사건은 유력 용의자가 범행 이튿날 사망한 사실이 2017년에야 비로소 확인됐고, 강릉 사건은 유력 용의자를 법정에 세웠으나 증거 불충분 등으로 무죄 석방됐다.

유력 용의자의 윤곽조차 찾지 못한 사건도 13건이나 된다.

이른바 '춘천 Y 모텔 앞 공터 택시기사 피살사건'은 도내에서 가장 오래된 강력 미제사건이다.

17년 전인 2002년 2월 2일 오후 4시께 춘천시 후평동의 한 모텔 주차장 있던 택시 뒷좌석에서 택시기사 박모(당시 52세)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전날(2월 1일) 새벽에 이뤄진 택시 강도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이후 2천여 명을 용의 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벌였으나 결정적인 단서나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

같은 해 11월 12일 오후 4시 50분께 태백시 문곡소도동 속칭 새박골 입구 도로에서 자동차 액세서리 판매상인 금모(당시 56세·경북 봉화군)씨 피살사건도 17년째 미궁이다.

2003년 2월 22일 인제 남면 남전리 인근 인제대교 아래서 19세 여성이 알몸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 역시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사건 발생 며칠 전에 고교를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인 숨진 김모양이 실종 지점에서 4.4㎞ 떨어진 인제대교의 중간 지점 39m 아래서 알몸 상태로 발견돼 미스터리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해 4월 18일 인제군 가아리 광치령 고개 인근 31번 국도변에서 머리와 팔뚝 아래 팔이 없는 시신이 3개의 쌀 포대에 나뉘어 담긴 채 발견된 사건도 도내 대표적 강력 미제 사건이다.

경찰은 수십여 곳의 자상 자국과 3등분 된 토막 시신으로 미뤄 원한이나 치정에 얽힌 살인 사건으로 추정했다.

2004년 4월 16일 평창군 진부면 영동고속도로 굴다리 경사면에서 발견된 50대 관광버스 운전기사 피살사건과 2004년 8월 9일 영월군 모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발견된 40대 피살사건도 15년째 미궁이다.

2005년 8월 14일 발생한 '양구 전당포 노부부 살인사건'은 접경지역 시골 마을 주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피해자는 중국인 전당포 주인 왕모(당시 77세)씨와 아내 우모(당시 69세)씨였다. 경찰은 유족이자 최초 신고자인 아들을 의심했지만, 증거는 없었다.

같은 해 10월 27일 낮 12시 30분께 인제군 귀둔리 필례계곡 인근 하천에서 20대 여성이 알몸 변사체로 발견됐다. 숨진 김모(당시 20세)는 실종 당일 오후 9시께 양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후 행적이 사라졌다.

경찰은 양양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종적을 감춘 김씨가 일주일 만에 30∼40㎞가량 떨어진 인제 필례계곡 인근 하천에서 알몸 변사체로 발견된 것에 의구심을 품고 수사에 나섰으나 단서를 찾는 데 실패했다.

그해 11월 6일 '강릉 50대 초등학교 여교사 피살사건' 수사도 14년째 미궁에 빠진 채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2006년 3월 8일 동해시 심곡동의 우물 안에서 알몸 상태로 발견된 '20대 학습지 여교사 피살사건'은 연쇄 범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골 마을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2007년 5월 22일 춘천 남산면 서천리 30대 식당 주인 피살사건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쪽지문이나 DNA 분석 기법 등 과학수사가 날로 발전함에 따라 30여년 만에 유력 용의자를 특정한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같이 미세증거라도 남아 있는 한 언제든 범인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

춘천 Y 모텔 주차장 택시기사 피살사건과 2005년 양구 전당포 노부부 피살사건은 범인의 '족적'이 증거로 남아 있다.

2004년 삼척 근덕면 70대 노파 피살사건은 '부러진 칼' 등의 증거가 범인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2006년 동해 학습지 여교사 피살사건 등 나머지 2∼3건 사건도 DNA 흔적 등 미세증거가 남아 있어 범인의 그림자라도 쫓을 수 있다.

다만 부실한 초동 수사로 미세 증거물조차 확보하지 못한 미제사건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경찰 관계자는 "중요 미제 사건은 매년 현장 지문 재검색 등을 통해 사건 해결에 필요한 단서를 확보할 계획"이라며 "DNA 등 미세 증가가 남아 있는 한 범인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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