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마무드 바에지 이란 대통령 비서실장은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이 이란에서는 시기상조라면서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바에지 비서실장은 11일(현지시간) 이란 메흐르통신에 "여성이 축구를 관전할 수 있을 만큼 경기장 사정이 갖춰졌다면 문제가 없지만 현재 환경으로는 그렇지 못하다"라며 "경기장에서 팬끼리 서로 욕설을 하고 물리적인 충돌이 벌어지는 게 현실이어서 여성이 입장하기에 좋은 실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란에서 축구경기장에 몰래 들어가려 한 혐의로 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컸던 여성이 분신해 중화상으로 치료받다 9일 결국 사망했지만 이란 당국은 당분간 여성의 입장을 금지하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는 이어 "체육청소년부에 여성이 입장할 수 있는 더 나은 도덕적 환경을 조성하라고 지시했다"라며 "여성 출입구, 화장실, 남녀 분리 관람석과 같은 시설이 아직 없어 여성 입장 허용은 이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분신 행위는 이란의 문화와 종교적 규율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하르 호다야리(30)라는 여성 축구팬이 이달 1일 재판을 앞두고 법원 청사 주변에서 분신했다. 그는 전신의 90% 이상에 화상을 입고 테헤란의 병원에서 치료받았지만 9일 숨졌다.


호다야리는 3월 자신이 응원하는 이란 축구클럽 FC 에스테그랄의 경기를 보고 싶어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 몰래 입장하려다 경찰에 적발돼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는 재판에서 최고 징역 6개월이 선고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분신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란에서는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이 금지된다.


이란에서 여성을 축구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가운데서도 경기에 흥분한 남성 관중이 여성에게 욕설, 성희롱·성추행, 폭행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가장 일반적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여성의 경기장 출입을 허용하지 않으면 이란 대표팀의 월드컵 출전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고 압박하자 이란축구협회가 10월 10일 이란에서 열릴 2022 카타르 월드컵 지역 예선전에 일반 여성의 입장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으나 보수 종교계의 반대로 실행될지는 불투명하다.

호다야리의 사망 소식에 이란 축구팬과 몇몇 유명 축구선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를 추모하면서 이란에서 여성이 축구경기장이 입장할 수 있도록 FIFA가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FIFA 미디어국은 11일 공식 트위터에 "이란에서 들려온 매우 슬픈 소식을 들었다. 이 비극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사하르의 가족에게 위로를 전한다. 이란 당국은 경기장 입장 금지에 맞서 합법적으로 싸우는 모든 여성의 안전과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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