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박혜진기자] “'장자연 리스트’ 진상 규명 불가…의혹 관련 재수사 어렵다”(과거사위)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가 故 장자연 사건을 결론 지었다. 이 사건을 새롭게 살핀 지 13개월 만이다. 고인이 생을 마감한 지는 10년 만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미완으로 남았다. 과거사위는 장자연의 문건은 대부분 사실로 봤다. 단,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는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과거사위는 2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 과천종합청사에서 ‘장자연 사건 조사 및 심의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 당시 검경의 수사미진, 조선일보 외압에 의한 수사 무마 등 주요 쟁점에 대한 결과를 밝혔다.
먼저, 장자연이 남긴 문건은 대부분 사실로 봤다.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다만 그 내용 모두가 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리스트 실물을 확인할 수 없고 직접 본 사람들의 진술이 엇갈린다"며 "누구에 의해 작성됐는지, 어떤 사람들이 적혔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는 것.
소속사 대표 김종승이 술접대를 강요한 사실을 확인했다. "대표가 신인 연기자에 대한 지배적인 권력을 폭력적으로 행사했다”며 “이는 신인 연기자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한 요인이다”고 설명했다.
술접대·성상납 강요 의혹 중 유일하게 처벌 가능성이 남은 건, 특수강간이나 강간치상 혐의다. 하지만 과거사위는 "수사에 즉각 착수할 정도로 충분한 사실과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해자, 범행 일시, 장소, 방법 등을 알 수 없다는 것. 과거사위는 “2인 이상이 공모 혹은 합동했는지, 어떤 약물을 사용했는지, 장자연이 상해를 입었는지 등 혐의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발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단, 공소시효 만료 전 증거 확보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2024년 6월29일까지 이 사건 기록과 조사단 조사기록을 보존할 수 있도록 보존사무 관련 법령에 따라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조선일보 측의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당시 경찰청장과 경기청장을 찾아가 방상훈을 조사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며 “특히 경기청장 조현오에게 협박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경의 부실수사 정황도 파악됐다. 장자연의 수첩·다이어리·명함 등 주요 증거들이 압수수색에서 누락됐다. 휴대전화 통화 내역 원본 및 디지털포렌식 분석 결과도 빠졌다.
과거사위는 김종승의 위증 혐의만 수사 권고했다. “김종승이 이종걸 의원 명예훼손 등 사건에서 위증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개시하라”고 전했다.
과거사위는 "그동안 총 84명의 진술을 청취하는 등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다”며 “하지만 통화내역 원본, 디지털포렌식 복구자료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 주요 의혹 관련자들이 면담을 거부해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진=디스패치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