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은 배우다"
☞ 잠깐 퀴즈. 당신이 아는 이준은?
아이돌, 엠블랙, 발레리노, 블랙스완, 라디오스타, 김치볶음밥, 동물의 왕국, 장지갑 바퀴벌레….
우리가 아는 이준은, '아이돌'이거나 '예능돌'입니다.
하지만 이준에겐 우리가 모르는 매력이 더 있습니다. 우선, 부지런합니다. 아침 일찍 서두릅니다. 다음으로 밥을 꼬박꼬박 챙겨먹습니다. '김볶'만 먹는 건 아닙니다. '뚝불'도, '대구탕'도 먹습니다. 이동 시간에는 책도 읽습니다. 특히 자기계발서요.
또 하나, 그는 배우입니다.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했습니다. 반응은 좋습니다. 연기를 하는 아이돌이 아니라, 연기를 잘하는 아이돌이란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준은, 이 영화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디스패치'가 그의 24시간을 밀착했습니다. 그는 단 5분의 레드카펫을 위해 10시간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준비시간, 이동시간, 행사시간을 따라 잡으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했습니다. 그 정성이 여배우 못지 않더군요.
24시간이 모자랐던, 신인배우 이준의 레드카펫 풀스토리입니다.
▶9:00 AM 공항패션 준비=제 집처럼 드나드는 헤어샵입니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늘 반수면 상태였죠. 하지만 오늘은 다릅니다. 눈이 초롱초롱합니다. 샵에 도착하자 마자 스타일리스트와 공항패션에 대해 상의하더군요.
의상은 물론 헤어, 메이크업 등에 대해 적극적인 아이디어를 내더군요. 이날 이준이 생각한 공항 패션은 추(秋)남입니다. 가을 느낌이 물씬 나는 카키색 야상을 준비했더군요. 여기에 심플한 블랙룩을 매치했습니다. 메이크업은 피부톤만 보정했습니다.
"생얼인줄 알았죠?"
"공항패션 어때요?"
일단 가을남자 완성입니다. 카키 야상과 블랙 바지, 워커와 가방은 베이지색으로 톤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공항패션도 식후경. 일단 '아점'을 먹고 시작하자고 합니다. 또, 김치볶음밥인가요? 아닙니다. 먼 길 떠나는데 든든히 먹어야죠.
"밥먹으로 갑시다"
"이모! 난, 뚝불"
지난해 3월인가요. '김밥헤븐'에서 계란 프라이 2개가 올라간 김볶을 먹던 모습이 아직 선하네요. 이날 아침 메뉴는 뚝배기 불고기였습니다. 한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당당하게 "뚝불이요~"를 외치더군요. 소속사가 배우 이준에게 큰 돈 씁니다.
▶1:00 PM 김포공항= 드디어 김포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해외공연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네요. 왠지 모를 긴장감? 어쨌든 이제 부산으로 '고고씽' 합니다. 한 손에 빅백을 들고 공항 게이트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앗, 이번 공항 콘셉트는 가을 남자가 아닙니다. 손에 책 한 권이 들려있네요. 배우 신분(?)이라서 그런가요. 책 읽는 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려나 봅니다. 가을남자에서 독서남자로. 한 마디로 '독서돌'을 노리는 모양입니다.
"배우 느낌 나나요?"
"지금은, 이준 같죠?"
"저, 진짜 부산 갑니다"
그런데 이준, 정말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고 합니다. 들뜬 마음을 진정시킨건가요. 매니저에 따르면, 55분의 비행시간 동안 55페이지를 읽었답니다. 제목을 물었더니 '마시멜로, 세 번째 이야기'라네요. 새로나온 '마시멜로'의 시리즈라네요. 이런 모습, 정말 의외죠?
▶2:00 PM 김해공항 = 드디어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독서돌' 이준에게 '부산돌'이라는 별명 하나 더 붙여줘야 겠더군요. 부산 팬들, 그 어떤 스타의 등장보다 이준을 반겼습니다.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었는데요. 남녀노소 구분없이 이준을 애타게 부르더군요.
단언컨대, 어리둥절했습니다. 한 극성팬은 야상을 끌어 당기더군요. 그래도 이준은 싫지 않은 모양입니다. 격하게 반기는 부산 팬을 향해 폭풍 서비스 들어갔습니다. 손을 흔들고, 악수를 하고, 사인도 하며 반가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우리 준이, 언제오노?"
"드디어, 쭌이가 왔심더~"
"오빠야~ 부산 왔나? 잘왔데이"
"신인배우, 이준입니다~"
김해공항에 마중온 밴에 오르면서도, 싱글벙글입니다. 잠깐 보니 '구운 감자'도 득템했습니다. 구운 감자라…, 저 김수지 기자도 참 좋아하는데요. 어쨌든, 이준은 팬들의 환대에 감동한 모양입니다. 그 입이 다물어지지 않네요.
여기서 잠깐, 이준의 인사말을 그대로 전합니다.
"부산 팬들이 너무 반겨주셔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솔직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계셔서 놀랍기도 했고요. 사실 제가 쑥스러움이 많아요. 팬분들을 일일이 챙기지 못해서 죄송했습니다. 좋은 노래, 그리고 좋은 연기로 보답할게요. 진~짜로!" (이준)
▶ 3:00 PM 또 먹방=부산에 도착해 제일 처음 찾은 곳. 숙소가 아니라 대구탕 전문점이었습니다. 사실, 마음의 양식인 책을 읽을 때도 머리 속으로는 대구탕을 생각하고 있었다네요.먹거리 위시 리스트 1위였답니다.
이준에 따르면, 국물이 끝내준답니다. 한국인 토종 입맛을 가지고 있었네요. '아점'으로 먹은 '뚝불'은 언제 소화가 됐는지, 대구탕 한 그릇을 금새 비웁니다. "벌써 배가 고프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 레드카펫을 위해서죠. 안그러면 다리가 후덜거려 서 있기 힘들어요." (이준)
"한 뚝배기 하실래예?"
"니 이준 아이가?"
"네네. 제가 바로 쭌~입니다."
"참말로 예쁘게 생겼데이~"
"아가야~ 엄마 인증샷 좀 찍고"
이준, 부산에서 통합니다. 대구탕집에서도 인기폭발입니다. 먼저 백발의 주인 할아버지가 이준을 알아봅니다. 함께 밥을 먹던 아주머니들이 둘러싸더군요. 지나가던 미시팬은 아이를 안은 채 인증샷. 여고생은 '꺅' 소리를 지르며 실신모드였습니다.
▶ 4:00 PM 호텔도착=해운대 그랜드 호텔. 영화제 참석배우의 공식숙소입니다. 이준도 당당하게 호텔 로비를 걷습니다. 팬들의 함성이 또 한 번 쏟아졌죠. 이준은 수줍게 손을 흔들며 호텔 안으로 위풍당당 들어섰습니다.
방에 도착하자 말자 짐을 풀었습니다. 여기서 보너스, '스타캐스트' 독자들을 위해 이준이 가방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여느 아이돌과는 소지품이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먼저 검정색 트레이닝복을 꺼냈습니다. 피부와도 같은 '츄리닝'이라네요.
"이건, 제 분신입니다"
"바다 바람이 무서워서~"
"그래도, 선글라스는 기본이죠"
배터리 충전기, 참 이준 스럽습니다. 해 맑네요. 검토중인 시나리오도 보였습니다. 다음 작품을 고민하는 중이랍니다. 지갑, 선글라스 등 특별한 건 없네요. 'MCM' 장지갑이 손때를 탔네요. 꽤 오래 쓴 모양입니다.
▶ 5:00 PM 레드카펫 준비=그야말로, 목욕재개입니다. 턱시도를 입기 전에 샤워를 끝냈습니다. 그리곤 비장한 표정으로 셔츠를 입더군요. 팬들을 빨리 보고싶어서 일까요. 스타일리스트를 재촉하기도 했습니다.
"아, 눈이 침침한데"
"앗! 스탠드 불빛, 딱이야"
"스프레이도 좀 뿌리고"
"웨이브! 살아있네"
"배우는 턱시도다!"
잠시, 이준의 방은 미용실로 변신했습니다. '배우는 배우다' 팀에 메이크업팀이 없었기 때문이죠. 신연식 감독과 신인배우 강신효가 이준의 방을 찾았습니다. 이준의 스태프가 대신 둘을 봐주더군요. 이준도 나서서 강신효의 머리에 스프레이를 뿌려줍니다.
▶ 5:40 PM 레드카펫룩 완성=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끝났습니다. 이날 이준은 엔트로페(ENTROFE)의 제작 수트를 입었는데요. 이준이 평소 좋아하는 투 버튼으로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포인트는 '보타이'었는데요. 배우 이미지를 살려주는데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마법의 드라이를 해드리죠"
"인사 연습도 하고~"
드디어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배우는 배우다' 팀은 생애 첫 레드카펫을 향해 출발할 시간입니다. 얼마나 긴장될까요. 레드카펫으로 가기 전, 인증샷을 찍습니다. 강신요, 신연식 감독, 이준의 심장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더군요.
"감독님 가시죠"
"잘 하고 올게요"
▶6:00 PM BIFF 레드카펫=밴에서 내립니다. 그리고, 드디어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습니다. 처음 차에서 내릴 땐 긴장된 표정이었는데요. 팬들의 폭발적인 함성을 듣자마자 환한 미소를 짓습니다. 특유의 눈웃음이 돋보였죠. 이준, 역시 배우는 배우더군요.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카메라, 어디 있더라?"
"손가락, 너무 붙였나?"
적응하는데 걸린 시간, 5초였습니다. 이준은 레드카펫 체질이었습니다. 포즈도 선수였습니다. 레드카펫 공식포즈인 손키스까지 선보입니다. 여유롭게 레드카펫을 누비며 부산팬들과 인사를 나누네요.
▶ 8:00 PM 인증샷=레드카펫 공식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니라 지칠 법도 했죠. 하지만 이준은 그냥 잘 수 없답니다. 피곤한(?) 기자를 손목을 이끌더군요. 다름 아닌, '배우는 배우다' 대형 포스터 앞이었습니다.
"매니저는 제가 잡을게요. 빨리 찍으세요"
"배우 이준, 최고데이~"
알고보면 이준은 아이돌보다 배우로 먼저 데뷔했습니다. 지난 2009년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에서 비(정지훈)의 아역으로 할리우드를 밟았죠. 이후 다른 아이돌 연기자와 달리 드라마 조연에서 주연까지 천천히 연기 내공을 다져왔습니다.
이날 만난 신연식 감독은 이준의 배우 가능성에 대해 장담했습니다. "영화를 보면 아이돌이 아닌 배우의 모습만 남을 것이다"고요. 오는 24일 '배우는 배우다'가 개봉합니다. '무늬'가 아닌 '진짜' 연기돌로 우뚝 서길 기대합니다.
글=나지연·김수지기자 (Dispatch)
사진=이호준·송효진기자
<네이버 스타캐스트에 독점 공급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