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오명주기자] "Look Hard" (루소 형제)

다음은, 루소 형제가 지난해 9월 트위터에 올린 평범한(?) 세트장 사진이다. "자세히 보라"는 의미심장한 멘트도 덧붙였다.

마블 팬들은 즉각 해석에 돌입했다. 일부 팬들은 왼편의 원통형 물체가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어벤져스3)에도 등장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다른 팬들은 스토리를 예측했다. 오른쪽 사다리 안쪽 희끄무레한 물체가 '앤트맨'이라는 것. 양자 영역이 나올 거라는 가설에 힘을 더했다.

그렇게 '어벤져스:엔드게임'(이하 '어벤져스4', 감독 안소니·조 루소)은 개봉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출연진, 감독, 스토리 등 모든 것이 이슈였다.

개봉 후는 신드롬 급이다. 지난 24일 개봉 후 2일 만에 200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실시간 예매율은 일주일째 97~98%. 첫 주 500만 돌파를 노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벤져스4'는 시리즈의 피날레다. 앞선 22편의 MCU 영화를 집대성한 작품이기도 하다. 즉, 마블 마니아라면 절대 놓쳐선 안 되는 영화다.

'엔드게임'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트리비아를 준비했다. 알고 봐도 재밌고, 모르고 보면 더 흥미진진한 '어벤져스4' 뒷이야기다.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스포일러에 민감한 독자님들은 주의해주세요.)

1. 예고편은, 신기록이었다. 

'어벤져스4' 첫 공식 예고편이 지난해 12월 공개됐다. 이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틀어 2억 8,900만 뷰를 돌파했다. 그것도 첫 24시간 동안.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어벤져스3)가 첫 공식 예고편으로 2억 2,460만 뷰를 기록했었다. 이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셈이다. 

2. 제목은 마지막까지 '밀당' 했다.

마블 측은 '어벤져스4'의 부제 공개를 끝까지 미뤘다. 그동안 '어셈블'(Assemble), '포에버'(Forever), '어나일레이션'(annihilation, 전멸), '라스트 어벤져'(Last Avenger) 등 무수한 추측이 쏟아졌다. 

진짜 부제는 공식 예고편에서 오픈했다. 마블 측이 공개한 예고편의 제목은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공식 예고편'. 영상의 엔딩에서야 '엔드게임'이라는 글씨를 공개했다. 

3. 1,700만원짜리 티켓이 등장했다.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예매 전쟁이었다. 국내와 해외 모두 암표까지 등장했다. 국내 티켓 거래 사이트 '티켓베이'에는 일명 '명당' 자리가 팔리고 있다. 가격은 1장당 5~10만 원 선. 정가의 최대 10배였다.

북미는 상상초월이었다. '이베이'에는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 오렌지 AMC 극장 티켓이 올라왔다. 낙찰가는 1만 5,000달러. 한 마블 광팬이 한화 약 1,700만 원에 영화 티켓을 '겟' 했다.  

4. 장난감이 정확했다.

미국의 장난감 회사 '핫 토이스'가 어벤져스 캐릭터 장난감들을 선보였다. 타노스의 새로운 무기가 올라왔고, '어벤져스3'에 없던 헐크가 등장해 수트를 입었다. 어벤져스의 새 화이트 수트와 건틀렛까지 출시했다. 이는 '어벤져스4' 스토리와 일치했다.

5. 시간 여행 떡밥도 미리 뿌려졌다. 

'어벤져스4' 예고편을 주의깊게 봤다면, 영화를 보기 전부터 스토리를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벤져스 군단이 새 화이트 수트를 입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 수트가 낯익다면, 빙고. '앤트맨과 와스프'(2018)에서 마이클 더글라스(행크 핌 박사)가 입었던 '퀀텀 수트'와 흡사하다. 양자 영역이 생각날 수밖에. 

톰 홀랜드(스파이더맨)의 실수도 한 몫 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양자 영역(Quantum Realm)이 이번 영화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팬들에게 귀띔했다. 

6. 이번에도, 스포주의보.

그래서일까. 홀랜드는 전체 각본을 받지 못했다. 루소 형제는 "톰에겐 대사만 알려주고 세트장에 보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스포일러라면 마크 러팔로(헐크)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역시 요주의 인물. 때문에 러팔로는 영화의 전체 각본을 받지 못했다. 엔딩만 다르게 5회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다. 

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아이언맨)는 제작진에게 신뢰도가 높다. 오직 그만 유일하게 거짓 없는 전체 각본을 받았다.

7. '어벤져스4'와 스파이더맨의 관계?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은 오는 7월 2일 개봉한다. 시점은 포스터 속 스파이더맨의 머리를 보면 된다. 2019년 7월 24일자 베를린 입국 여권 스탬프가 붙어 있는 것. 결국, '어벤져스4' 이후의 이야기다. 

'소니픽쳐스' 수장 에이미 파스칼도 힌트를 남겼다. "영화는 '어벤져스4'가 끝난 시점에서 불과 몇 분 후의 이야기"라는 대형 스포일러를 공개했다. 

8. '캡틴'은 의외로 눈물이 많다. 

실제 크리스 에반스(캡틴 아메리카)는 여린 감수성의 소유자였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LA할리우드에서 '어벤져스4' 프리미어 행사에서 영화를 처음 감상했다. 그리고 남긴 소감은, "6번 정도 울었다(I cried like six times)"는 것. 

"이 곳에 많은 친구들과 가족들이 왔는데요. 우린, 삶을 초월하는 유대감을 형성해왔죠. 나는 영화를 보면서 6번 정도 울었던 것 같습니다." (크리스 에반스) 

9. 사람들이 '먼지'로 변한 이유가 있었다. 

'어벤져스3'의 엔딩이자 '어벤져스4'의 오프닝. 히어로들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먼지로 변한다. 이는 원작과도 다른 부분. 왜 한 번에 사라지지 않고 수많은 입자로 흩날려야 했을까.

"우린 사람들이 단순하게 사라지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어딘가 텔레포트 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그보다 훨씬 영구적으로 보일 필요가 있었죠." (루소 형제)

10. 타노스의 핑거스냅에 살아남은 히어로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분), 헐크(마크 러팔로 분), 블랙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분), 호크아이(제레미 레너) 등이 생존했다.

'어벤져스'(The avengers, 2012년)부터 등장했던 기존 히어로들만 살아난 셈이다. 이후 추가 투입된 새 히어로들은 대부분 먼지가 됐다. 

11. 브리 라슨은 화장이 더 짙어졌다. 

'어벤져스3' 다음 작품은 '캡틴 마블'이었다. 당시 주인공 브리 라슨은 화장기 없는 얼굴로 등장했다. 엔딩 쿠키 영상에서도 마찬가지. 그러나 '어벤져스4' 도입부에선 강렬한 스모키 메이크업을 선보여 궁금증을 자아냈다.  

조 루소 감독은 "어벤져스4 도입부를 '캡틴마블' 촬영 전에 찍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당시 그녀는 캐릭터 탐구 중이었을 것이다. 그건 라슨의 선택"이라며 "시간이 흐르고 '캡틴마블'을 찍었을 땐 다른 선택을 한 것"이라 전했다.  

12. "I can do this all day!"

'어벤져스4'에선 캡틴 아메리카가 과거로 날아간다. 과거의 캡틴 아메리카를 만나 전력으로 싸운다. 이 때 과거의 캡틴이 미래의 캡틴에게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I can do this all day!"라고 외친다. 미래의 캡틴은 "나도 알아"라 맞받아친다. 

미래의 캡틴이 아는 이유? '퍼스트 어벤져'(2011)와 연결된다. 그는 캡틴 아메리카가 되기 전 불량배와 시비가 붙었다. 이에 거칠게 두들겨 맞았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나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라 말했었다. 

13. 캡틴·버키의 대사가 바뀌었다

'퍼스트 어벤져' 초반부 스티브 로저스(캡틴)와 버키(윈터솔저)의 대화. 버키는 육군에 지원하려는 스티브에게 "내가 돌아올 때까지 멍청한 짓 하지 마"라고 말한다. 스티브는 "내가 어떻게 그러겠어? 네가 멍청함을 다 가져가잖아"라고 응수했다. 

이 대사가 '어벤져스4'에서 다시 나타난다. 이번에는 두 사람이 서로의 대사를 바꾼다. 캡틴이 과거로 돌아가기 전 버키에게 "내가 돌아올 때까지 멍청한 짓 하지 마"라고 말한다. 버키는 "내가 어떻게 그러겠어" 네가 멍청함을 다 가져가잖아"라고 답한다. 

14. 굿바이! 스탠 리

'마블의 아버지' 故 스탠 리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어벤져스4'에도 어김없이 카메오로 출연했다. 1970년대 뉴저지를 기억한다면 정답. 그는 "싸우지 말고, 사랑하라"고 말했다. 

15. 스파이더맨은 결국 '즉살모드'를 썼다.

'스파이더맨:홈커밍'(2017).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으로부터 새 수트를 받았다. 조작 미숙으로 즉살 모드를 잘못 눌렀다. 크게 당황해 "아니! 죽일 생각은 없어"라 말했다. 

그러나 실전에선 달랐다. '어벤져스4' 타노스와의 마지막 전투에선 주저 없이 즉살 모드를 가동했다. 그의 등에서 기계로 된 거미다리들이 뻗어나와 적들을 제거했다. 

16. 6년 전 꼬맹이가 다시 나타났다.  

'아이언맨3'(2013)의 귀염둥이 꼬마 할리 키너(타이 심킨스 분). 당시 키너는 비중이 큰 캐릭터로 등장했다. 아이언맨을 돕고, 트라우마를 고칠 아이디어를 냈다. 그런 그가 '어벤져스4' 후반부에도 폭풍 성장한 모습으로 잠시 출연한다. 혹시, 차기 아이언맨? 

17. '어벤져스'의 시작과 끝은, 결국 아이언맨이었다.

'어벤져스'의 시작을 알린 건 '아이언맨'(2008년)이다. 아이언맨의 등장 이후 수많은 히어로들이 MCU를 형성했다.  

재미있는 건, 로다주의 존재감이다. 먼저 '아이언맨'은 망치질 소리로 아이언맨의 탄생을 알렸다. 로다주가 동굴 안에서 '마크1'을 만드는 소음이었다.  

피날레인 '어벤져스4'에서도 같은 소리가 들린다. 엔딩 후 마블 스튜디오의 로고가 나타난다. 배경 음악은, 다름 아닌 아이언맨이 망치를 두드리는 소리.

18. 영화는 '아이맥스'로 보자!

마지막으로, '어벤져스4'를 아직 보지 못한 팬들에게 전하는 꿀팁. 영화관은 꼭 아이맥스로 고르자. 제작진에 따르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맥스 비율 카메라(1.9 : 1 화면)로 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