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3방울의 피로 수백 가지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

주사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중대한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 역시 이런 키트가 있다면 너무 좋겠죠. 

5년 전, 이런 기술을 갖고 있다고 사기를 치고, 게다가 정확도가 떨어지는 기기까지 실제로 판매한 희대의 여성 사기꾼이 있습니다.

바로 엘리자베스 홈즈인데요. 한 때는 '자수성가한 최연소 백만장자', '제2의 스티브잡스'라 불렸다가 뻔뻔한 거짓말쟁이로 전락한 그녀의 이야기를 알아보겠습니다.  

그녀는 1984년생으로, 명문가에서 태어났습니다. 미국 명문인 스탠퍼드 대학교 화학공학과에 조기 입학하는 천재성을 보였습니다. 

그녀의 어린시절은 남달랐습니다. 한 제보자에 의하면, 엘리자베스 홈즈는 어린 시절 꿈에 대해 묻자 "억만장자가 될 것"이라고 호기롭게 말했답니다. 

어쨌든, 그녀는 잘 나가는 명문 스탠퍼드의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다 돌연 창업을 하겠다며 19세 때 학교를 자퇴하죠. 그리고 스타트업 기업을 만들게 됩니다. 

창업한지 약 10년 만에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죠. 그녀의 기업 '테라노스'가 가진 혁신 기술이 의료 진단의 혁명을 일으켰다며 극찬 받게 됩니다. 

심지어 2014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 지의 커버 모델이 됐고요. 포브스 지는 2014년 특별판에서 그녀를 미국 400대 부호 중 110위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주장한 혁신 기술은, 단 2~3방울의 피로 짧은 시간 내 수백 여 가지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홈즈에겐 스타성도 있었습니다. 미국인이 좋아하는 금발에 벽안인 데다, 중저음의 유니크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습니다. 또 거침없는 언변으로 투자자를 설득했습니다. 

그는 늘 검은색 터틀넥을 입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여자 스티브 잡스', '제2의 스티브 잡스'로 불렸습니다.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한 때 90억 달러(약 10조 원)까지 치솟았고, 홈즈는 자수성가형 억만 장자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은 언젠간 드러나고 말죠. 월스트리트저널의 존 캐리루 기자가 이를 장기간 취재했고, 테라노스와 맞붙은 끝에 진실을 알립니다.

사실 테라노스가 보유했다는 기술은 실체가 없었고, 그들이 내놓은 제품은 말도 안 되는 조잡한 수준이었죠. 이를 통해 진단해봤자 틀린 결과가 나올 뿐이었습니다. 사실 엘리자베스 홈즈는 의학에 대해 조악한 지식만을 갖고 있었죠. 

결과적으로 홈즈와 테라노스는 몰락했고요. 투자자들은 10억 달러 가까운 돈을 날렸습니다. 

존 캐리루 기자는 테라노스 취재의 공을 인정받아 퓰리처상을 2회 수상했습니다. 그의 책 '배드 블러드'는 이달 국내에도 출간됐습니다. 

<사진출처=임윤선의 블루베리 /배드 블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