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심신미약'에 대해 다뤘습니다. 임상심리학자 김태경 교수가 출연해 <진실과 거짓을 가르는 칼, 심리 분석>이라는 주제로 강의했습니다. 

그 사례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을 들었는데요. 초등생 여아를 유인해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하고 유기한 사건입니다. 김태경 교수는 이 사건 분석에 실제 참여했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주범은 16세 김 양이었고요. 김 양은 구속 직후 '심신미약'이라며 조현병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김 교수는 김 양의 정신장애를 평가하러 갔습니다. 김 교수는 "저의 모든 언행을 (김 양이) 주도면밀하게 관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처음 김 양은 조현병을 주장했고, 다중인격장애도 주장했습니다. 환청도 들린다고 했죠. 하지만, 환청에 대한 추가 질문이 들어오면 김 양은 모호하게 밖에 대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김 교수는 "환청을 실제 겪고 있는 환자들은, 들리는 것 같은 게 아니라 진짜 들린다. 또렷하게 들린다"며 "환청을 거짓으로 꾸며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또 김 양은 재판 상황을 지켜보며 진술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조현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이 되었죠.

그 다음 김 양의 주장이었던 다중인격장애는 어땠을까요? 진짜 다중인격장애의 경우, 모든 인격이 서로를 알 수 없다고 하는데요. 김 양은 자신 안에 소심한 A와 잔인한 J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둘은 서로를 인지하고 있었죠.

때문에 김 양이 다중인격장애라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김 양은 "자 이제 다른 인격이 나올 거에요" 등 말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김 양은 또 다른 병을 주장했습니다. 이번에는 아스퍼거 장애가 있다고 밝힌 것. 아스퍼거 장애는 자폐의 일종인데요. 자폐 장애 증상이 모두 있지만 지능이 높은 편입니다. 상동증적 행동(같은 행동 반복)이 특징이죠.

김 교수는 "사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아스퍼거 장애의 여부가 아니다"며 "심신 미약인가 아닌가의 여부가 중요하다. 그런데 논점이 자꾸 이상하게 흐르는 것이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양의 또 다른 방어전략. 범행 당시엔 아스퍼거에 의한 심신미약이 아니었지만, 범행 후 시신 훼손 유기 과정에선 아스퍼거 증상을 보였다는 의견서를 냈는데요. 김 교수는 "아스퍼거는 탈부착되는 장애가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양은 "막상 하고 보니(범죄를 저지르고 보니) 징그럽더라"는 말도 했는데요. 이는 평소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봤다는 것을 의미하죠. 여기에 혐오 반응까지 더해져 있습니다.

김 교수는 "정신장애라면, 현실로 돌아왔을 때 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보면 끔찍해하거나 공포심을 느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반응들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며 김 양이 사이코패스 기질을 보였다고 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김 양은 유죄가 됐고, 최종적으로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공범 박 양은 1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사진출처=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