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2년 전만 해도 연휴에 방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는데 이제는 남아돌아요."

설 연휴 기간 해마다 반짝 특수를 누렸던 제주지역 숙박업계가 올해는 울상을 짓고 있다.


숙박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른데다 내국인 관광객마저 줄어들면서 기대했던 만큼 객실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수기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명절 특수조차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서 숙박업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 과잉공급에 불법숙박업까지…휴·폐업 잇따라

정양훈 제주도관광협회 일반숙박업분과위원장은 "2~3년 전에는 연휴에 방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는데 올해는 객실 10개 중 2개 정도만 예약이 잡힌 것으로 파악됐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예 문을 닫은 숙박업체도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요인으로 '과잉공급'과 '불법숙박업 증가'를 꼽았다.

실제로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도내 숙박업소 총 보유객실은 7만1822실로 2012년 말 3만5000실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그런데 2018년 하루 평균 제주 체류 관광객이 17만6000명으로 필요 객실 수가 4만6000실인 점을 고려했을 때 2만6000실은 과잉공급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분양경기 침체로 인해 미분양된 타운하우스 등이 불법숙박업소로 변칙 운영되면서 정상 숙박업체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숙박업 간에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이 판치고 휴업 또는 폐업하는 숙박업소들이 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관광객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숙박 수요가 줄어들자 지난해에만 18곳(1118실)이 휴업하고 600곳(2215실)이 폐업신고를 했다.


2008년 제주시 연동에 문을 열었다 10년 만에 폐업한 특2급 A관광호텔 관계자는 "당장 손님이 줄어든다고 해서 덤핑경쟁에 뛰어들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어 문을 닫는 게 낫다"고 하소연했다.

휴업 후 오피스텔로 업종 전환을 검토 중이라는 B관광호텔 관계자는 "통계조차 안 잡히는 불법 대형 숙박시설과 본래 취지에 어긋나게 운영되고 있는 민박업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체계적 관리·자체 경쟁력 모색 필요


도내 숙박시설의 공급과잉 문제가 우려를 넘어 제주관광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김영진 제주도관광협회 회장은 제주지역 전체 숙박시설의 관리체계가 분산돼 있어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관리체계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광숙박업은 제주도 관광산업과, 휴양펜션업은 행정시 관광정책과, 농어촌민박은 행정시 농정부서와 읍면, 일반생활숙박업은 행정시 보건위생부가 각각 맡고 있는 것을 한 부서로 일원화해서 체계적인 관리와 숙박통계구축, 계획수립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과잉공급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신규 호텔과 콘도미니엄 등이 추가로 건설 또는 계획 중에 있는 점을 지적하며 정책당국의 장기적인 객실 공급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객실 노후화, 부대시설 미비 등으로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낮은 등급의 호텔에 대해서는 리모델링 투자와 브랜드화를 통한 통일된 품질 객실 제공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신왕우 제주국제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숙박업 자체가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으로 Δ디자인 혁신 Δ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온‧오프라인 연계활용 Δ에어비앤비 벤치마킹 등을 제시하며 노후화된 숙박시설은 다른 시설로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부터 도내 숙박시설의 과잉공급 문제가 예측됐는데도 밀려드는 관광객에 기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제주도는 이제야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도는 지난달 25일 제주관광공사와 제주도관광협회 등 7개 유관기관과 합동 워크숍을 갖고 '숙박시설 과잉공급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도는 대책으로 Δ과잉공급 억제를 위한 관련 조례 제정과 지침 수립 Δ기승인 사업장의 사업계획 변경 유도 Δ불법숙박업소 단속 강력 추진 Δ영세관광숙박업체 경쟁력 회복을 위한 지원사업 발굴 Δ정부 추진 도시민박업 도입 미시행 등을 제시했다.


양기철 제주도 관광국장은 "숙박업 관련 과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수익과 만족도와도 연결되는 만큼 이달부터 정례 대책회의를 실시해 제도부문, 사업승인, 관광업계 자생력 제고 및 향후 수요예측 등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인 관점에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asy0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