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칸(프랑스)ㅣ특별취재팀] "전지현, 칸의 여신이 되기까지!"

 

여배우에게 레드카펫이란? 영광이자 부담이다. 배우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지만, 여자로서 느껴야할 압박은 만만치 않다. 그 레드카펫이 칸에 깔린다면? 속된 말로 '기분짱, 부담백배'다.

 

배우 전지현이 제 64회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섰다. 자신의 첫 레드카펫을, 국내가 아닌 칸에서 선보인 것이다. 전지현의 부담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정확히 말하면 전지현보다 주위 스태프의 부담감이 하늘을 찔렀다.

 

"스타일부터 컬러, 액세서리, 헤어, 메이크업까지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실제로 소속사인 '제이앤코' 임연정 대표는 칸의 초청장을 받은 다음날부터 레드카펫을 걱정했다. 영화제의 꽃이 레드카펫이고, 레드카펫의 꽃이 여배우인지라 사전준비는 철저하면 철저할 수록 좋았다.

 

전지현의 생애 첫 레드카펫 데뷔, 막전막후를 살폈다.

 

 

 

◆ "페일 피치 컬러, 현지 시간 고려한 선택"

 

드레스 선택의 1순위, 컬러다. '대세를 따를 것이냐', '독특한 컬러로 튈 것이냐', 선택의 연속이다. 전지현 측의 첫 번째 고민도 컬러였다. 첫 레드카펫인 만큼, 가장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검은색'을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드레스 색깔은 스킨톤에 가까운 페일 피치 컬러였다. 레드카펫 시간을 고려한 결과였다. 임연정 대표는 "영화 '더 아티스트'의 공식 스크리닝 시간이 저녁 7시였다"면서 "현지 확인 결과 7시면 하늘이 밝다고 해 페일 피치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페일 피치는 살색에 가장 가까운 핑크빛이다. 해가 높이 뜰 수록 그 본연의 색감이 살아난다. 빨간 레드카펫과 어우러지면 화사해보이는 효과가 난다. 진한 컬러와 달리 몸매 라인이 확실히 부각되는 장점도 있다.

 

선택은 주효했다. 전지현은 강렬한 빨간색 카펫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였다. 당일 레드카펫을 취재했던 한 외신기자는 "오늘 레드카펫에서 가장 눈에 띈다. 판빙빙, 리빙빙, 탕웨이 등 동양배우가 섰지만 지아나 전이 압도적이다"고 말했다.

 

 

◆ "전지현은 레드카펫 손님, 너무 튀지 않게"

 

레드카펫, 튀는 것도 중요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대세인 '시스루'나 '하의실종' 등 섹시미를 강조한 드레스는 사진기자의 플레쉬 세례를 받는데 유리하다. 하지만 이날 전지현의 드레스 스타일은 무난했다. 절대 과하지 않았다.

 

이는 전지현의 의도였다. 스타일을 담당한 이선희 실장에 따르면 전지현은 자신이 레드카펫의 주인공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 실장은 "지현 씨가 무난한 스타일을 원했다. 초대받은 손님인지라 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결코 튀지 않는 선에서 그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드레스를 제시했다. 그렇게 결정된 드레스가 바로 '랄프로렌' 컬렉션의 슬리브리스 롱드레스. 타이트한 핏에 앞뒤가 깊게 파여 육감적이면서도, 군살없는 몸매가 부각될 수 있었다. 

 

이선희 실장은 "전지현 씨는 동양인의 얼굴에 서구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스킨톤에 가까운 색깔은 얼굴의 순수함을 드러냈고, 타이트한 핏은 육감적인 몸매을 살렸다"고 평했다.

 

 

◆ "헤어·메이크업만 6시간, 레드카펫 데뷔"

 

16일(현지시간), 레드카펫이 깔렸다. 전지현이 칸 레드카펫에 선 시간은 10여분. 하지만 헤어와 메이크업, 피팅 등에 걸린 시간은 대략 6시간이다. 여러가지 스타일을 대입하고, 수정하고, 결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한 정샘물 원장은 "사실 헤어와 메이크업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0~50분 정도다. 하지만 이날은 여러가지 다양한 시도를 했다. 머리를 올렸다, 풀었다, 내렸다 등 여러 가지 스타일을 시험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최종 선택은 올림머리. 정 원장은 "다양한 시도 끝에 업헤어로 결정했다"면서 "드레스 앞부분이 깊게 파여있다. 얼굴선과 목선을 시원하게 드러내는게 최선이라 판단했다. 덕분에 시선의 쏠림이 의상에 집중되는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메이크업은 역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정샘물 원장의 작품. 아이라인 끝을 살짝 올리고, 블랙 쉐도우로 눈 끝에 포인트를 좋다. 심플한 의상에 강렬한 세미 스모키 메이크업을 적용, 전지현의 이목구비를 뚜렷하게 강조할 수 있었다.

 

 

◆ "칸의 여신, 여유있는 레드카펫의 비결?"

 

영화제 측에서 제공한 의전차량을 타고 뤼미에르 대극장에 도착한 전지현. "지아나 전"을 소개하는 멘트와 함께 칸의 레드카펫 위에 첫 발을 내딪었다. 좌우로 정렬한 사진기자를 향해 여유있게 손을 흔들며 극장 입구를 향해 한 발 한 발 내딪었다.

 

'디스패치' 특별취재팀이 칸을 취재한 지 4년, 전지현처럼 여유있는 한국배우는 여지껏 없었다. 레드카펫을 110% 즐기는 모습. "지아나, 룩백"에 몸을 돌리고, "숄더백"에 어깨를 비트는 등 쏟아지는 플레쉬에 반응했다. 칸을 압도했다.

 

첫 레드카펫, 전혀 긴장되지 않았을까. '강심장'이라고 말하는 취재팀에 전지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시쳇말로 '간이 커서'가 여유를 부린 게 아니라는 전지현의 대답이 이어졌다. 

 

"떨렸어요. 아주 많이. 하지만 더 오래 서있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이번 레드카펫을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하고 고생한 분들이 많아요. 그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제가 더 오래 머무는 길이라 생각했어요. 그들의 노력이 빛날 수 있도록."

 

 

 

 

 

 

 

 

<칸영화제 특별취재팀>

글=임근호·송은주·서보현기자

사진=김용덕·이승훈기자

 

<관련기사>

 

▷ [동심인터뷰] 김현중 l "예쁘다는 말…나쁘지 않아요"

 

▷  "신비주의, 버린지 오래"…전지현, 칸에서 밝힌 오해와 진실

 

▷  "영화같은 레드카펫"…브란젤리나, 로맨틱 '칸' (종합)

 

"아시아 스타 입증"…샤이니, 韓日 동시 화보 '눈길'

 

▶ 디스패치=특종기자들이 만드는 새로운 연예뉴스

▶ 관련 기사 및 사진 더보기ㅣ www.dispatch.co.kr